사순 제3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한낮에 물을 뜨러 온 사마리아 여인이나, 호렙 사막에서 목말라 죽겠다고 모세에게 소리 지르며 대들었던 이스라엘 백성은 다양한 방향에서 인생의 갈증을 느끼고 있는 우리 인간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도 이 세상을 살면서 많은 욕심을 갖고 많은 것에 노력하고 애를 쓰지만, 어쩌면 채워지지 않는 갈증처럼 그런 것들을 추구하면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어령 박사는 자신을 “평생 우물을 파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목마름을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명예를 달라고 글을 썼더니 명예가 생겼고 돈을 벌려고 애쓰니까 돈이 생겼다. 또 병 때문에 병원에 다니니까 병이 나았다. 어느 날 너무나 외로워서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고, 좋아하는 글을 봐도 채워지지 않는 ‘혼자’라는 절대고독에 괴로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갈증이 바로 진리에 대한 갈증이요, 창조주에 대한 목마름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하느님을 만나지 못하는 이유는 나의 갈망을 세상 것으로 채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돈이나 지식, 명예나 권력의 샘을 파기도 하고, 아름다움이나 건강, 능력이나 사랑의 샘을 찾아 일생을 바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우리의 궁극적 갈망을 달래진 못합니다.
우리는 이미 세례성사를 통하여 우리의 갈망을 채워주실 수 있는 하느님을 만났습니다. 야곱의 우물가에서 예수님을 만난 사마리아 여인처럼 말입니다. 이 주님은 오늘도 우리에게 ‘내가 누군지 알았더라면 네가 나에게 청했을 것이다. 내가 너에게 영원히 목마르지 않은 물을 주겠다. 곧 성령을 선물로 주겠다.’라고 말씀하시며, 우리가 당신 안에서 영원한 생명의 물을 퍼가기를, 그리고 그 생명의 물을 이웃에게 전달해줄 새로운 생명의 샘이 되기를 원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사마리아 여인에게 말씀하셨듯이 오늘도 우리에게 마실 물을 청하십니다. 사순 제3주간, 주님이 우리에게 청하시는 이 간절한 청을 외면하지 마시고 우리 또한 이웃의 목마름을 채워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작은 샘물이 되도록 노력하는 아름다운 한 주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