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3주일
✠ 요한복음 4,5-42
오늘 1독서와 복음은 목마름을 얘기합니다. 1독서는 육의 목마름을 말하지만 복음은 우리에게 그보다 훨씬 더 깊은 목마름이 있음을 얘기합니다.
"하느님의 선물을 알았더라면"(10절) 안타까운 듯이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여인에게 "마실 물을 좀 다오" 라고 하신 까닭은 그 여인이 오히려 예수님께 "제게 그 물을 주십시오"라고 청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예수님께서 주시는 물은 생명의 물이며 하느님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으로, 예수님께서 각 형제 자매들에게 애타게 주시려는 그 물입니다.
물을 길으러 우물에 가는 시간은 보통 시원한 이른 아침이나 해질녁에 갑니다. 그런데 이 여인은 정오에, 가장 뜨거운 시간에 우물에 나타납니다. 우물가에 모여 삶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것이 여느 아낙네들의 작은 즐거움이었을텐데 이 여인은 아무도 나타나지 않을 시간에 물을 길으러갑니다.
어느 누구와도 만나고 싶지 않았던 그 여인의 아프고 고단한 삶은 그 다음 따라오는 예수님과의 대화에서 드러납니다. 예수님의 말씀의 속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녀에게(15절 참조) 예수님은 느닷없이 남편을 데려오라하십니다.
여섯남자를 전전했던 그녀의 화려한(?) 과거 뒤에는 그녀의 결코 해소되지 않은 갈증이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그 갈증을 간파하고 계셨던거지요.
이제 이 여인은 예수님의 존재(말씀, 눈길) 안에서 그 목마름을 풀어갑니다. 우리의 근본적인 목마름은 예수님만 풀어주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과의 만남은 그 여인을 바꾸어 놓습니다. 사람들을 피했던 그녀가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자기가 한 일을 모두 알아맞힌 예언자를 만났다고 외쳐댑니다. 예수님의 눈길을 마주하고 난 뒤엔 더 이상 사람들의 판단의 시선이 두렵지 않습니다.
사순절을 시작하면서 재의 수요일에 우리는 마태오복음 6장을 읽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세번이나 사람의 눈길따라 살지 말고 숨은 일도 보시는 하느님의 눈길 아래 살도록 권고하셨습니다.
사람의 눈길, 인정을 갈구하며 그것에 의해 살면 속박되지만 하느님의 눈길과 마주하며 살면 자유를 얻습니다. 내적 자유를 얻은 자의 말은 힘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 여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예수님을 맞아들입니다. "우리가 믿는 것은 당신이 한 말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듣고 이분께서 참으로 세상의 구원자이심을 알게 되었소."
이 사순시기동안, 예수님의 말씀과 그분 눈길 속으로 들어갑시다. 그래서 진리(말씀)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체험(요한 8,31-32참조)을 하고 그분의 눈길 아래 사는 기쁨을 맛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사마리아인들처럼 예수님께서 참으로 나를, 우리를 구원하시는 분이심을 고백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