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훈화
사순 제4주간 - 주님 부활 대축일

박윤흡 윤일요한 신부

박윤흡 윤일요한 신부는 2009년 수원가톨릭대학교에 입학하여 2017년 사제서품을 받았다. 수원교구 범계성당과 신갈성당을 거쳐 현재 수원교구 학교법인 광암학원 효명고등학교에서 교목 신부이자 철학 교사로 재임 중이다.


사순 제4주간(3월 19-25일)
말에 힘이 있습니다

신학생 때 강론을 들으며 가슴에 비수가 꽂히는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신부님의 저 말씀은 내 이야기인데..!’라며 말입니다. 뇌리에 깊게 박혔는지 시간이 지나도 그 말씀은 지워지지 않았고, 제 삶에 여러 변화들을 가져왔습니다. 그때 전 ‘말에 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말 한마디로 제 삶이 변하는 것을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말에 힘이 있다’는 명제는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의 이성, 감정, 기억, 의지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가치관과 세계관을 송두리째 바꿔 놓기도 하지요. 또한 말 한마디로 사람이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합니다. 이만큼 말에는 엄청난 힘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일상을 살며 의식하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언어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해를 낳을 수 있는 말, 상대를 비방하는 말, 제3자에게 타인에 대한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뒷담화, 사실과 다른 탐욕에 바탕한 인위적인 거짓 정보들 등 부정성의 언어는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한편, ‘말해야 하는 것’ 혹은 ‘말할 수 있는 것’은 긍정성의 언어로 구성되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일상 안에서 말할 수 있는 것들, 말해야 하는 것들로 담론이 오간다면 우리의 언어문화는 성화(聖化) 될 것입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셨고, 우리 가운데 그분이 함께 사십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의 존재와 사명은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말에는 힘이 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 말씀은 나 자신과 세상을 아름답게 변모시키는 생명의 힘입니다.


사순 제5주간(3월 26일-4월 1일)
아름다움의 원천이신 하느님

철학사에서 ‘미학사’는 결코 빼놓을 수 없습니다. 고대의 철학자로부터 현대의 철학자까지 ‘인간은 미학적 존재’라고 언명해 왔습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존재’라는 것이지요. 그러니 아름다움에 가까이 있다면 우린 행복에 머물 것이고, 아름다움으로부터 멀어진다면 우리는 불행의 늪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실로 우리는 아름다운 대자연 앞에 서면 경이로움을 체험합니다. 영화나 드라마, 시집이나 소설을 통해 아름다운 장면을 마주할 때면 감동받습니다. 어린아이를 볼 때는 존재 자체로 뿜어져 나오는 순수함에 매료되어 버리곤 합니다. 인간은 성(性)적인 존재이기에 매력이 넘치는 아름다운 이성에게 끌리게 마련입니다. 또 인간은 성(聖)적인 존재이기에 거룩하신 하느님을 향하도록 창조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사실 아름다움과 거룩함은 비슷한 맥락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태초에 하느님께서 우리 내면에 기록하신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 거룩함에 대한 갈망을 잃어버린다면 우린 행복과 거리를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 자체로 ‘은총’을 분실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신앙생활에서 ‘은총의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아니, 신앙생활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끊임없이 기도하셨던 이유, 하느님의 천사를 만난 마리아가 침묵 중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던 이유는 모두 은총의 상태에 머물기 위한 의지적 노력입니다.
은총을 분실하면 탐욕스러워지고, 죄에 빠지게 되며, 하느님과 멀어져 피폐해집니다. 그러나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은총의 상태에 머물고자 한다면 우리는 하느님과의 일치 안에 참 행복, 참 평화의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성주간(4월 2-8일)
교종 베네딕토 16세를 추모하며
‘지금 이 순간 하느님은 어디에 계신가?’

저는 축복받은 사람입니다. 평화의 사도 교종 ‘성 요한 바오로 2세’, 진리의 수호자 교종 ‘베네딕토 16세’, 참 인간이요 참 목자인 ‘프란치스코’ 이 세 분과 함께 그리스도 신앙의 여정을 걷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문헌들과 알현 말씀들을 통해 접하는 교황님들의 철학적 사유와 신학적 결단, 삶의 행보를 뵈면 하느님의 오묘한 섭리와 사랑의 신비가 느껴집니다.
2022년 12월31일, 교종 베네딕토 16세(본명 요제프 알로이시우스 라칭거)께서 선종하셨습니다. ‘20세기 최고의 신학자이며 유럽 최고의 지성’이라고 불리셨으며, 바티칸 교황청 신앙교리성에서 오랜 시간 봉사하시며 하느님께 대한 사랑으로 세상과 신학에 봉사하신 교종이십니다.
교종 베네딕토 16세께서는 세 가지 이데올로기와 싸우셨습니다. 첫째는 ‘과학만능주의’입니다. 보이는 것만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현대 사회 안에서 보이지 않는 것(본질), 곧 신비로움과 거룩함에 마음을 쏟으셨습니다. 둘째는 ‘세속주의’입니다. 세속적 가치가 만연해질수록 인간의 영혼은 피폐해지고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고 식별하시며 인간 영혼을 위해 기도하셨습니다.
셋째는 ‘도덕적 상대주의’입니다. 편리함과 탐욕에 바탕한 도덕적 상대주의에 맞서, 생명의 고결한 가치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자 부르짖으셨습니다.
‘지금 이 순간 하느님은 어디에 계신가?’ 교종께서는 매 순간 질문하셨겠지요. 그리고 그런 하느님을 우리가 찾을 수 있도록 안내자 역할을 평생토록 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품에 안기셨습니다. 교황님의 질문이 우리의 질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교종 베네딕토 16세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주 성모님의 전구를 청합니다.


주님 부활 대축일(4월 9-15일)
신앙생활의 사이클

주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부활시기를 맞이할 때면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 이야기’(루카 24,13-35)가 떠오릅니다. 모든 기대와 희망을 걸었던 예수님의 죽음은 제자들에게 절망의 사건이었습니다. 그렇게 두 제자는 우울한 마음(절망)으로 엠마오를 향해 갑니다. 그들은 “침통한 표정을 한 채”(루카 24,17) 자신의 감정에 도취한 나머지 영적인 눈이 닫혀(영적 폐안)버렸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다가와 말을 걸어도 알아보지 못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으나,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기억과 신앙의 문을 두드리십니다. “아, 이 어리석은 자들아!”(루카 24,25) 하면서 말이지요. 두 제자는 확신하진 못했지만 약한 심장의 미동을 느꼈는지 예수님을 붙들고 함께 묵자며 제안합니다. 그렇게 예수님과 제자들은 한 지붕 아래 하룻밤을 보내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그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셨을 때,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루카 24,30-31 / 신앙체험). 우울감에 빠져 침통한 표정으로 영적인 눈이 닫혀있던 제자들은 눈을 뜨게 됩니다(영적 개안). 예수님께서 기억과 신앙의 문을 두드리시면서 말입니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루카 24,32).
우리 삶의 신앙생활은 ‘절망-영적 폐안-신앙체험-영적 개안’의 연속입니다. 때로 절망의 상황에 놓일 때면 ‘하느님이 계신가?’ 싶기도 하지만 언젠가 하느님께서 함께 계신다는 임마누엘의 신비를 체험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우리가 ‘영적 개안을 얼마나 갈망하느냐?’하는 질문이겠지요. 부활하신 하느님께서 늘 우리와 함께 계신다면, 그분을 뵈옵는 신비로운 사건은 우리의 마음에 달린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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