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교회와 알파고 사제

가톨릭부산 2017.02.08 10:17 조회 수 : 116

호수 2421호 2017.02.12 
글쓴이 변미정 모니카 

무인교회와 알파고 사제

변미정 모니카 / 노동사목 free6403@hanmail.net

  얼마 전 대학 은사님의 페이스북에서 본 내용이다. 아일랜드에서‘무인도서관(無人圖書館)’정책이 추진되고 있고, 이에 대해 전임 주무장관이 현 주무장관에게 공개편지로 충고와 경고를 보냈는데“도서관은 사람들이 소통하는 곳, 이 정책 추진은 당신의 정치경력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무인시대가 오면서, 당장 우리 생활 속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아파트 경비원들의 이야기다. 경비 절감 등을 이유로 무인시스템으로 바꾸는 아파트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성탄특집으로‘무한도전’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한 해 동안 나눔을 실천한 우리 주변의‘시민’영웅을 찾아가는 내용이 있었는데, 그중에 자기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경비원들이 해고된다는 소식에 정성 어린 손글씨로 반대의견을 알려, 해고를 철회시킨 초등학생도 있었다.
  아일랜드나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는 이제 무인(無人)시대를 향해 달려가는 듯하다. 은행 창구 업무를 대신할 자동화기기에 이어 이제는 은행에 가지 않아도 스마트폰 안에서 모든 업무를 다 볼 수 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는 하이패스로 통과하고 머지않은 미래엔 무인자동차 등장도 예고되었다.
  인도에서 잠시 생활하며 겪은 일 중 기억나는 것이 하나 있다. 도로 확장공사를 하며 간단히 기계로 하면 될 일을 많은 인력이 동원되어 시간과 돈도 몇 배나 드는 비효율적인 과정을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바구니로 돌멩이를 져 나르는 것을 이해할 수 없어 물어봤다. 그때 인도 친구가 해준 대답은“저 사람들이 일해야 가족들이 먹고 살 수 있다.”라는 간단하지만 분명한 대답.
  자본과 물질의 시대에서 효율을 따지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누구와 무엇을 위한 효율이냐?’라는 질문이 아닐까? 비용측면의 효율보다는 사람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도서관일진대, 교회는 어떠해야 할까? 갈수록 신자 수는 줄고 젊은이들은 나오지 않는 교회의 미래에서 당장의 비용절감과 효율은 달콤한 유혹이다.
  그러나, 사람이 없고 무인시스템이 대신하는 교회를 상상해보라. 교회조차‘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의 자리에 돈과 효율이 등장한다면 알파고 사제는 무례한 상상이 아니라 무서운 현실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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