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원 소식
2023.02.11 17:52

마산교구 주보 - 수도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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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의 기적

 첫 번째 글에서 말씀드린 대로 우리 작은 자매들은 성 샤를 드 푸코 신부의 영성을 따라 세상 안에, 가난한 이들 틈새에서 그들과 함께 부대끼며 관상을 살고 그들에게 봉사하며 하느님을 전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 그런데 푸코 성인 외에도 우리 공동체에 깊이 영향을 준 성인들이 있다. 그 중 성 칼라브리아 신부의 영향을 받아 안드레아 신부는 공동체를 온전히 “섭리”에 내맡기기로 한다….


2월 11일은 우리 공동체가 기념하는 ‘빵의 기적’일이다. 공동체가 시작된 지 몇 개월 되지 않은 추운 겨울 새벽, 돌보고 있던 아이들과 함께 안드레아 신부는 6km 떨어진 성모기념 성당으로 눈길을 걸어가 기도를 드리는데 그 같은 시각에 어떤 신사가 찾아와 아이들이 있는 한 아이들을 위한 빵값을 내겠다는 약속을 하고 간다. 이 일화는 단지 하느님 손길의 시작일 뿐이었다. 

 콘체타 자매의 섭리에 관한 다른 이야기 하나를 들어보자. 

[‘정말 사실일까?’ 하느님 섭리에 관해 이야기하면 보통 사람들 보이는 반응이다. ‘원죄 없으신 잉태 대축일’ 하필 내가 부엌 당번이었다. 아이들에게 조금 더 특별한 음식을 마련하고 싶었지만, 식재라고는 양배추와 상추, 완두콩이 전부였다. 열 시쯤 한 아이가 부엌문을 열고 ‘오늘 점심에는 뭐 맛있는 게 나와요?’하고 묻는다. ‘그런 거 묻는 게 아니야.’하고 일축해 버렸지만 사실 가스 위에는 맑디맑은 물만 끓고 있었고 스스로에게도 ‘정말 사실일까?’ 하고 묻고 있었다. 열 한시 종이 울린 지가 한참이라 자매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는데 전화가 울렸다. 파스타, 구운 고기, 햄, 달콤한 후식까지 잘 준비된 점심을 가지러 오라는 어느 아주머니의 전화였다. 나는 벅찬 기쁨과 후회로 벽에다 머리를 쥐어박고 싶을 지경이었다. 나는 아직도 믿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늘 이런 극적인 체험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루하루가 좋으신 하느님의 손길로 다듬어지고 채워진다는 것을 증언할 체험들은 수없이 많다. 지난 칠십여 년 동안 고정 수입원 없이 세계 9개국에서 가난한 이들을 도우며 살아가는 것은 신앙의 기적이다. ‘섭리에 내맡김’을 살기 위해 우리 회칙에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우리 활동을 안전하게 보장해주는 기금조성이나 고정수입을 갖지 말며 모든 봉사는 무보수로 할 것. 모금 운동이나 후원회 조직하지 말 것이다.”


안드레아 신부는 섭리에 내맡김은 순수한 신앙에의 부르심이라고 늘 말씀하셨다. 하지만 오해가 있을까 봐 얼른 “섭리에 내맡김이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모든 힘을 다 짜낸 후 그분을 믿고 우리를 맡기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말씀은 물질 만능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 더욱더 가난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라고 우리들을 독려한다.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마태 6, 33) 정말일까? 공동체의 역사는 그것이 정말이라고, 다만 하느님 나라를 위해 살라고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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