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도 준비하고 있으라
최영순 분다 / 달맞이성당·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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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장이 왔습니다. 나의 절친 남편이 하늘나라로 갔다는 내용입니다. 믿어지지 않아 다시 보았지만 이름이 정확했습니다. 며칠 전 전화할 때 배가 아프다고 병원에 한번 가보아야겠다고 했던데, 갑자기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저세상으로 건너가 버렸습니다. 췌장암 4기가 되도록 별 자각증상 없이 등산도 하고 일상생활에 아무런 지장 없이 생활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도 해 보지 못하고 검사만 받다 급속도로 진행되어 며칠 만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정말 안타깝고 황망한 죽음을 보며 우리는 내일 일을 알지 못하며 잠깐 나타났다 사라져 버리는 한 줄기 연기일 뿐임을 잊지 말고 늘 깨어 준비하고 있으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명심해야겠습니다.
이번 계기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내가 의지적으로 하루에 소중한 시간을 따로 떼어 주님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주님께서는 어떤 경우라도 우리와 함께 계시지만 나의 노력 없이는 주님을 만날 수가 없습니다. 무상으로 모든 것을 주신 하느님이 나에게 가장 가치 있고 의미 있는 분임을 머리로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분이 늘 나에게 힘을 주시는데도, 감사하지 못하고 불만을 가질 때도 있습니다.
속담에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하듯이 곁에 와 있는 주님을 몰라 볼 때도 많습니다. 기뻐하라, 두려워 마라, 감사하라고 외쳐도 게으름과 오만으로 불안하게 삽니다. 주님은 타성적인 신심 행위보다 깊이 있는 만남을 통하여 만날 수 있습니다. 그래야 나를 바라보시는 주님의 표정과 주님께서 내게 무엇을 바라시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한없는 측은지심과 연민으로 가득한 주님의 눈길을 바라보며, 망가진 비참한 나를 보게 됩니다.
일상에서 주님이 첫째 자리에 있어야 하는데 내 중심이 되고자 하는 어리석은 유혹을 받습니다. 그럴 때는 미사와 성체조배와 성경이 길동무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이겨냅니다.
가톨릭은 희망의 종교입니다. 우리 삶이 아무리 어둡다고 하여도 중심에 하느님이 계시면 빛을 향해 일어서게 해 줍니다. 나의 바람은 그리스도인답게 하느님이 언제 불러도 용기 있게 당당히 ‘예’라고 대답할 수 있는 은총을 희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