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인 오늘 우리는 한 해의 시작을 기뻐하며 서로에게 복을 빌어줍니다. 떨어져 지내던 가족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이고, 또 이미 세상을 떠난 조상과 가족들을 기억하며 서로가 한 가족임을 확인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루카 12,35)고 하십니다. “깨어 있으라!”는 말씀이십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깨어있음은 긴장하며 경계를 세우라는 것만 아니라, 삶에서 소중한 것들을 잊지 말고 살라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너무나 자주 그러한 것들을 잊고 삽니다. 사랑해서 결혼한 부부도,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의 소중함을 잊고 살고, 태어날 때 그토록 나를 기쁘게 했던 자녀도 원수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또,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의 은혜에 감사하면서도 내 삶의 급한 일들에 마음을 빼앗겨 고마움을 잊고 삽니다. 이런 우리에게 예수님은 오늘 다시 깨어있으라고 하십니다. 우리 삶에서 잃어버렸고, 잊어버렸던 그 소중한 의미들을 다시 찾고, 다시 회복하라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복음을 읽어보면 조금 이상한 부분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주인을 기다리는 종의 비유로 깨어 기다리라고 하셨는데, 뒷부분에서는 갑자기 언제 올지 모르는 도둑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신앙인은 자기 삶 속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고 하느님의 때를 기다리는 사람입니다. 마치 종이 언제 올지 모르는 주인을 깨어 기다리듯 하느님의 뜻에 깨어 있어야만 하느님의 원하시는 일을, 원하시는 때에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악은 그런 우리에게 도둑처럼 다가옵니다. 하느님의 뜻을 기다려야 할 우리에게, 미움, 증오, 시기, 질투 등을 던지고 갑니다. 그런 마음이 주어질 때 그것이 우리가 기다리는 주인이 아니라 도둑임을 알아야 합니다.
가족끼리 오랜만에 함께 있다 보면 좋은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또 그 안에서는 수많은 마음이 오갑니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지는 마음이 내가 기다려야 하고, 따라야 할 하느님의 뜻인지, 아니면 악이 던져주는 도둑인지, 잘 분별하여야겠습니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오늘, 우리는 왜 다시 가족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세상을 떠난 부모와 조상들을 떠올리는지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