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유와 조롱 대신 따뜻한 말 한마디를
우세민 윤일 요한 / 가톨릭신문 기자
10·29 참사가 일어난 지 석 달 가까이 지났지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와중에 누리꾼과 정치인들로부터 쏟아지는 발언들이 유가족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만듭니다.
이들은 왜 이런 말들을 쏟아낼까요? 많은 사람들은 ‘공감능력 부족’을 이유로 들지만, 한편으로는 공감이 다른 쪽으로 과발달해 생긴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치적 지지자의 입장에서는 ‘우리 편’이 혹 위험하게 될까 봐 방어기제(防禦機制)가 작동된 것은 아닐까요. 우리 편이 곤란한 처지에 놓이지 않도록 “우리가 지켜줘야 한다.”는 마음이 다소 과격한 언행으로 표현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 편을 무작정 보호하는 일이 과연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한번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특히 그리스도인이라면 막말에 힘을 실어주는 것보다는 우리 편의 정서에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가 흐르도록 돕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우리는 정치적으로 어느 쪽 지지자이기 이전에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은 ‘정교분리’ 즉 정치와 종교가 분리돼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치와 종교의 분리는 종교 교역자의 정치 정당 참여에 국한됩니다. 사실 공동선을 위한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는 무척 중요한 사명입니다. 가톨릭교회가 더 나은 세상의 건설에서 비켜서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베네딕토 16세 교황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28항 참조)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회칙 『모든 형제들』에서 그리스도인이 타인과 세상을 위해 하는 행동은 모두 ‘애덕’이 돼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교황님은 “고통받는 사람들을 직접 알지 못하여도 그러한 고통의 원인이 된 사회적 조건들을 바꾸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도 애덕”(186항)이라고 강조하십니다. 그리스도인은 내 편이 잘못될까 봐 두렵더라도 야유와 조롱 대신 따뜻한 말 한마디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감싸 안아주면 좋겠습니다. 우리 편 정치 지도자들이 혐오 대신 사랑과 자비의 정책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그리스도인들이 도와주셔야 합니다. 모든 정치 영역이 사랑과 자비가 흐르는 세상 건설을 위해 노력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모습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