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공현 대축일을 지낸 우리는 새롭게 연중시기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연중시기는 동방의 박사들처럼 우리를 위해 떠오른 별, 샛별이신 주님을 바라보며 주님을 따라가고 그 주님을 닮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주님을 닮는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이겠습니까?
사람이 사람을 닮는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갖습니다. 얼굴을 닮을 경우도 있고, 성격을 닮을 경우도 있고, 습관을 닮을 경우도 있고, 언어 즉 말을 닮을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닮는 것은 순간적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랜 세월 함께할 때 닮아가는 폭도 넓어지게 됩니다. 흔히들 말하기를 ‘부부는 닮는다.’라고 합니다. 모든 부부가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10년, 20년 긴 세월을 살다 보면 성격이 닮아지고, 생활 방식이, 식성이 닮아 가는가 하면 어떤 부부는 얼굴까지 닮아 남매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가 훌륭한 스승을 닮고, 부모를 닮고, 위인을 닮고, 친구를 닮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꼭 닮아야할 영원한 얼굴이 있고, 마음이 있습니다. 그분이 누구입니까?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러나 우리가 예수를 닮는다는 것은 예수의 얼굴을 닮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제아무리 예수님처럼 얼굴 성형을 하고, 수염을 기르고, 유대인의 복장을 한다고 해도, 예수님을 닮는 것은 아닙니다. 닮는다는 것과 흉내 낸다는 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흉내 내는 사람이 아니라 예수님을 닮는 사람들이 되어야 합니다. 사도 바오로는 필리피서에서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바로 그 마음을 여러분 안에 간직하십시오.”(2,5)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마음, 깨끗한 마음, 겸손한 마음, 사랑이 넘치는 마음을 닮아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도 동방박사들처럼 샛별이신 주님만을 바라보며 그 별빛을 따라 주님과 함께 걸어갈 때 우리는 예수님의 마음을 닮아 이 세상에서 예수님의 모습을 보여주는 진정한 신앙인이 될 수가 있는 것입니다. 레지오 단원 모두가 주님의 별을 바라며 주님의 말씀을 마음에 담고 주님과 함께 걸어감으로 2023년 연중시기에는 주님의 모습을 닮은 아름다운 신앙인이 되기를, 그리고 연말에 다시 오시는 예수님을 기쁜 마음으로 만날 수 있는 그런 아름답고 축복된 한 해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