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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영원히 


이탈리아에 모원을 둔 우리 작은 자매들은 세계 8개국에서 가장 소외된 분들 사이에서 그들과 삶을 나누는 소명을 살아간다. 한국 본원은 진주에 있고 부산의 달동네들, 고창 나환우들 사이에, 서울의 윤락가에서 삶을 나누고 있다.(얼마 전까지 국립마산병원에서 50년간 결핵 환우들과 살았다) 우리는 그분들과의 삶 안에서 하느님의 손길을 더욱 직접 체험하고 그분들에게 드리는 것보다 받는 것이 더 많음을 경험한다. 


유독 기억에 남는 체험 한가지:

서울 영등포 분원 이야기다. 롯데 백화점,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 등 호화로운 도시의 얼굴 뒤에는 흔히들 말하는 아가씨 골목이 있는데 그 골목길에 세를 얻어 살아가고 있다.

그곳의 아가씨들은 포주와 기둥서방들의 엄격한 감시하에 살아간다. 그래서 매일 그들과 얼굴을 마주치지만, 그들과 말을 섞기에는 아주 신중함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곳의 열악한 환경에 있는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을 하면서 아가씨들의 필요성에 응답하며 살아간다. 은밀히 산부인과에 동반하거나, 집밥을 그리워하면 초대해서 함께 식사를 은밀히 하는 등등의 작은 나눔을 하고 있다.


어느 해 성주간 화요일, 그날도 공부방을 가기 위해 골목을 지나는데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아 눈인사를 주고받던 아가씨가 “수녀님, 저 금요일 오후 3시에 저를 데려가 주셔요.”라고 살짝 말을 건네는 것이었다. 저는 이게 무슨 소린가? 하다가 번뜩 한 달여 전에 제가 슬쩍 흘린 한마디 “혹시 이 생활을 청산하시고 싶으시면 저희가 도와 드릴 수 있어요.”라고 드린 말씀이 번뜩 떠올라, “알았다.” 말하고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얼마나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던지!.

행여 이 일이 잘못되면 저도 그분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그 세계인지라…. 함께 살던 동료 수녀님도 긴장하고,

예수님이 돌아가신 날, 같은 시간 성금요일 오후 3시의 약속, 기도할 수밖에…….


드디어 성 금요일 오후 2시 반, 이 위험천만인 이 상황을 가난한 이들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손에 내어 맡기는 기도를 온 마음으로 드리고 그분과 약속한 대로 사복과 모자를 쓰고 택시를 타고 기사님께 계획을 말씀드리고 차비는 원하는 대로 드리겠다고 하며 협조를 부탁드렸다. 그 기사님은 긴가민가하면서 약속장소로 가 주셨으나 그 아가씨가 보이질 않고, 또다시 한 바퀴 돌아 그 장소에 가도 역시 보이지 않자 하는 수 없이 택시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나니, 혹시 내가 잘못 알아들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으나 포기할 수가 없어 다른 택시를 타서 똑같은 설명을 해드리고 그 장소로 갔더니 마침 그분이 계셨고, 창문을 열고 제가 소리치자 저를 향해 달려오시는데 저는 그분이 선 모습을 처음으로 볼수 있었는데 선천적 소아마비시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가 있어 마주나가 택시 안으로 모셔 막달레나의 집으로 가는데 얼마나 심장이 뛰던지…. 그분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숨을 헐떡이며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수녀님, 미안해, 약속시간에 손님을 받고 있어서 못 나왔어. 난 수녀님이 안 오실까 봐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나는 태어나기를 이런 몸으로 태어나고, 삼촌들 집을 전전하다가 사촌들에게 당하고…….”

그렇게 울음을 토해내시는 그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너무 아파서 등을 토닥여 드리며 함께 눈물짓고... 그렇게 막달레나의 집에 도착하고 기사님께 웃돈을 얹어 차비를 드리려고 하니 안받으시겠다고 하시며 당신도 신자라고 하시면서 수녀님이 하시는 일에 저도 함께 할 수 있어 기쁘다고 미소지으시며 다음에 이런 일이 있으면 당신을 불러 달라고 명함까지 주시면서 “세상에 이런 일이…. 좋으신 하느님 영광 받으셔요!!!” 라고 감탄하며 미소짓고 떠나시는 기사님 얼굴에서 예수님의 미소를 보았다. 그리하여 아가씨는 막달레나의 집에서 몸도 마음도 회복하고 세례도 받고 잘살고 있다. 


다음날,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일상으로 돌아와 공부방으로 가기 위해 신호등 앞에 섰는데 어떤 다른 아가씨가 제게 슬쩍 다가와 “ 어제 △△가 없어졌는데 그걸 본 사람이나 어디 갔는지 알려주면 삼백만 원을 준다고 하네, 수녀.” 내심 놀라면서도 “아, 그런 일이 있었어요?” 애써 태연한 척 대답했고 때마침 바뀐 신호등 덕분에 그 자리를 피할 수 있었다.


그렇게 부활절을 맞았고, 이 사건은 그 아가씨에게, 또 우리에게 작고, 가난한 분들을 사랑하시는 예수님을 피부로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예수님은 우리 가운데, 우리를 통하여 현존하고 계신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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