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전 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팔레스타인 땅은 양가죽으로 만든 주머니에 물과 포도주를 넣었습니다. 양가죽은 아주 부드럽습니다. 거기에 포도주를 담으면 발효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부피가 팽창하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교훈은 새 양가죽부대의 포도주는 발효하는 만큼 얼마든지 거기에 맞춰서 늘어납니다. 그래서 좋은 술을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헌 양가죽부대는 안에 당분이 묻어있어 가죽이 딱딱해집니다. 그런 가죽 부대에 새 술을 담으면 팽창하지 못하고 터져버려, 술도 버리게 되고 가죽 부대도 버리게 됩니다.
그러하기에 예수님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이 말은 하느님이 우리 안에서 새 일을 행하시고 새 역사를 하실 때 옛것(당분)이 남아있는 딱딱한 그릇은 사용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옛 습관과 고집, 그리고 과거의 경험이 하느님의 일과 새 역사를 방해하여 하느님의 뜻을 막으려 하지만, 도리어 자신의 그릇만 터져버리는 비참한 상황에 부닥치게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언제나 새 부대를 원하십니다. 매일 새로운 마음으로 그 안에 하느님의 새 일들이 담기기를 원하십니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 변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굳어진 고집, 전통, 그리고 자신의 성격, 기질, 혈기, 용서할 줄 모르는 강퍅한 마음 등 이런 것들이 모두 하느님의 역사를 방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2023년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새해에 새로운 결심으로 당신과 함께 이 한해를 걸어가기를 원하고 계십니다. 그러하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우리 안에 있는 옛것을 없애어 부드러운 마음을 간직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성모님과 같이 우리도 하느님의 말씀을 마음에 담고 깊이 묵상할 때. 하느님은 우리 안에서 당신의 힘을 드러내시며 아름다운 열매를 우리의 삶에 맺게 해 주실 것입니다. 성모님의 축일과 함께 시작한 새로운 한 해, 우리 모두 성령의 음성을 들으며 하느님 말씀을 읽고 묵상함으로, 우리의 삶을 통해 예수님을 이웃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한 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때만이 우리도 성모님처럼 모든 사람이 ‘복되다’라고 말하는 참으로 복된 그리고 참된 신앙인으로 한 해를 살아갈 수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