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 루카복음 2,16-21
'천주의 모친'이란 칭호가 성모님께 부여된 것은 431년 에페소 공의회부터입니다. 당시 이단자들이 그리스도의 신성을 반대하여 성모님을 '천주의 모친'이 아닌 '그리스도의 모친'일뿐이라고 하여 교회는 그리스도의 신성을 반대하는 이단에 대항하여 그리스도의 신성을 변호하고자 마리아가 '천주의 모친'임을 믿을 교리로 선포하게 됩니다.
동방교회에서는 이미 4-5세기 경부터 예수 성탄 대축일 다음날인 12월 26일에 천주의 모친 마리아의 축일을 지내왔고 서방교회는 7세기경 이 축일을 받아들여 8세기경부터 성탄 8부 축일인 1월 1일을 '성모의 축일'로 기념해 왔습니다.
'천주의 모친 성마리아 대축일'로 명칭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부터입니다. (알고 계셨죠?)
오늘 축일에 교회는 사제가 백성들을 위해 축복을 빌어주는 말씀부터(제1독서) 들려줍니다. 사제란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 물론 사제직분을 받은 이를 가리키고 있지만 더 넓게는 하느님 백성인 우리 모두가 사제직(보편적)을 세례성사로 받았음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각자는 이웃에게, 만나는 이들에게 복을 주는 사람, 주님의 은혜를 전하는 사람, 하느님의 얼굴을 보여주고 평화를 전하는 사람이어야 함을 얘기해줍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이 세상과 하늘을 이어주는 사람 곧, 사제직을 사는 사람이 되는 것이겠지요! 그 비결은 무엇일까요?
그 비결을 1독서의 마지막 구절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이스라엘 자손들 위로 나의 이름을 부르면, 내가 그들에게 복을 내리겠다."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는 것입니다. 곧, 기도하는 사람이 될 때 만나는 이들에게, 이웃에게 축복을, 은총을, 평화를 가져다 주고 하느님의 얼굴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목자들이 아기예수를 뵙고 그들이 아기에 관해 들은 말을 전하는 얘기를 들려줍니다. 그리고 기뻐하며 돌아갑니다. 그들이 본 것은 무엇입니까?
너무도 가난하여 갓난아기를 마굿간 먹이통에 뉘일 수밖에 없었던 한 가난한 가족을 만났을 뿐입니다. 이런 가난한 이들은 그 옛날이나 지금이나 도처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이 성가정을 알아본 것은, 아기의 정체를 알아본 것은 천사의 선포(말씀)를 믿는 마음에서 출발됩니다.
우리는 이 갓난아기가 훗날 우리 구원을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실 분임을 알고 있습니다. 또한 예수님이 남기신 여러 말씀들도 알고 있습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25,40)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요한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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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씀들을 정말 받아들이고 믿고 있는지요?
믿고 받아들인다면 삶 속에서 보잘 것 없는 표징들 가운데서, 가난한 이들 안에서, 십자가의 고통 안에서, 평범한 삶 안에서, 구유에 뉘어진 아기 안에서 예수님의 현존을 알아차릴 것입니다. (이 현존을 알아차리는 마음이 사실 기도하는 마음입니다.)
이런 믿음 없이는 성탄축제는 해마다 반복되는 외적인 행사로 끝나고 나는 여전히 똑같이 반복되는 삶을 살아갈 뿐이겠지요.
그러나 예수님을 알아본다면 만나는 이들에게 평화를 전하는 이, 축복을 전하는 이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의 아들이 올 때에 이 세상에서 믿음을 찾아볼 수 있겠느냐?”(루카18,8) 는 말씀이 새삼 마음을 찌릅니다. 함께 믿음의 은총을 청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