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성탄 대축일 낮미사
✠ 요한복음 1,1-18
예수님께서 우리 가운데 오셨습니다!
연약하고 가난한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연약하고 가난한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어느 시인의 글에서처럼 세상을 만드시고 태양을 만드신 분께서 그렇게도 작고 여리게 오셨습니다. 사랑은 사랑하는 이 앞에서 이렇듯 약해질 수 밖에 없는듯 싶습니다.
시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성탄 (홍수희)
아기 오셨네
허리를 굽히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는 마굿간에
아기 오셨네
무릎 꿇지 않으면
뵐 수 없는 어여쁜 아기
누가 알았으랴
세상을 만드신 당신
저리도 작게 오실 줄을
누가 알았으랴
태양을 만드신 당신
저리도 연약하게 오실 줄은
포대기에 싸인 장밋빛 뺨에
내 차가운 볼을 부비면
빙산(氷山)의 눈물도 다 녹으리
아기 오셨네
이 세상 가장 낮은 지붕 위에로
찬란한 별 다 모여 비추고
장차 구름을 타고 내려오실 분
평화로이 구유에 잠이 드셨네.
오늘 요한 복음에는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고 들려줍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그분을 통해 생겨났는데(3절)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했다(10절)고 말해줍니다.
우리에 대한 사랑 때문에 당신의 위엄을, 영광을, 권능을 감추시고 그렇게 아기로 오셨습니다.
큰것, 빛나는 것을 원하는 우리로서는 알아보기 힘든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사랑보다 강한 것은 없으나 사랑은 사랑하는 대상 앞에서는 자신을 방어하지 않으며 오히려 상대방을 다치게 하기 보다 스스로를 다치도록 두는 연약함입니다.
우리는 또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이신 성자께서 사람이 되시기 위해서는 말씀을 받은 마리아께서 조건없는 "예"를 하느님께 드렸기 때문인 것을.
예수님은 말씀을 믿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통해서 이 세상에 그렇게 태어나십니다.
내 안에, 우리들 사이에 예수님 사시길 원하면 말씀에 "예"하는 길밖엔 없고, 그래서 그분이 우리 사이에 내려오시면 우리는 하늘을 맛보게 됩니다.
우리도 그분을 닮아 사랑하는 이들 앞에 점점 약한 자가 되고 자신을 마음대로 다루도록 두는, 너무나 강해서 약할 수 밖에 없는 사랑이 무엇인지 맛보게 됩니다.
하늘은 이렇게 사랑때문에 약해진 자들의 차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