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419호 2017.01.29 
글쓴이 정혜원 세실리아 

특 집 - 본당 복음화의 해

나는 왜 매일 성당을 향해 종종걸음을 치는가?

정혜원 세실리아 / 성가정성당

  1985년 12월 21일에 세례성사를 받았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미사보를 쓸 수 있고 성체를 영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요즘은 있어도 잘 쓰지 않는 그 하얀 머릿수건이 그때는 너무 아름답게 보였고 신비감마저 느꼈다.‘예비신자’라는 꼬리표 없이‘신자’의 자격으로 영성체 대열에 선다는 점도 미사의 매력이었다. 이처럼 그 무렵엔 미사에 대해서는 무지했지만 이런 외형적인 매력에 끌려서 미사에 꼬박꼬박 참례했던 것 같다.
  그리고 몇 년 후엔 열정이 식어‘냉담자’였던 시기도 있었고, 다시 교회로 돌아왔을 때는 그런 외적 요인이 더 이상 미사의 매력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왜 맨날 똑같지?”라는 의문이 미사 내내 마음속에서 일어났다. 미사가‘틀에 박힌 듯이’ 보였고, 그 똑같은 미사를 계속 바치는 이유가 궁금했다. 급기야 나는“미사가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아요.”라는 말을 신부님 앞에서 입 밖으로 꺼내고 말았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화끈거리지만, 미사에 대한 무지와 그로 인한 답답한 마음이 그 안에 담겨 있었다.
  그런 일이 있고 얼마 후 주님의 손에 의해 다른 땅에 심어지듯, 나에게 생각지도 않은 기회가 찾아왔다. 이홍기 몬시뇰께로부터 미사에 관한 강의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미사에 대한 무지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미사에 숨어있는 그 엄청난 신비에 끌리기 시작했다. 말씀 안에, 성체와 성혈 안에 살아계시는 주님을 만나는 미사 참례에 마음을 다하게 되었다. 사제의 손에 의해 성체와 성혈이 되고, 2000년 전의 십자가 제사가 지금 눈앞에서 재현되는 미사는 자연스레 나의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그렇게 미사에서의 주님과의 만남을 택하면서 거의 매일 종종걸음을 치게 되었다. 취미로 꼭 배우고 싶었던 그것도, 건강을 위해 시작했던 운동도 미사와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미사 시간을 맞추려 달려간 적도 많았고, 도중에 소나기를 만난 적도 있었고, 병원 신세를 지고나온 다음날 1년 중 가장 긴 부활성야 미사에 참례했다가 거의 초주검이 되기도 했다. 주님을 만나는 데, 이 세상과 저세상의 모든 이들을 기억하고 기도하는 데 미사보다 더 좋은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여 나는 오늘도 세상 한가운데서 봉헌되는 그 거룩한 제사에 참례하려고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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