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훈화
대림 4주간 - 주님 공현 대축일

윤진우 세례자 요한 신부

윤진우 세례자 요한 신부는 대전교구 소속으로 2014년 서품받고, 로마 안셀모 대학교에서 전례를 전공했다. 대전 노은동성당 보좌, 대전 주교좌 대흥동성당 제1보좌를 역임했고, 지금은 대전교구 사목국 차장으로 재임 중이다. 현재 대전가톨릭대학교에서 신학생들에게 전례를 강의하고 있고, 대전교구 주보에 “가톨릭 신자라면 알아야 하는 미사”를 연재하고 있다.


대림 4주간(12월 18–24일)
말씀에 머무르며, 준비하는 성탄

어느덧 대림환의 모든 초가 밝혀짐으로써 우리들의 거룩한 기다림도 종착지에 다다랐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성찰하고, 깨어 준비하며 보냈던 대림 시기도 마무리해야 할 시간입니다. 여러분들께서 이미 아시는 바대로, 대림 시기는 예수 그리스도의 성탄을 준비하고, 재림할 구세주를 기다리는 시기입니다.
우리가 걸어온 4주간의 대림 시기는 두 시기로 나뉩니다. 첫 번째 시기는 대림 1주일부터 12월16일까지입니다. 이 기간에는 종말에 대한 폭넓은 주제와 다시 오실 그리스도를 희망하도록 우리를 초대합니다. 이어지는 12월17일부터 성탄 대축일 직전까지는 대림의 두 번째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는 더욱더 직접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성탄을 준비하도록 초대합니다.
이러한 모습에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과연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성탄을 맞이하기 위한 합당한 우리들의 자세일까요? 대림 4주간의 복음은 예수님을 맞이하셨던 성모 마리아와 요셉, 엘리사벳과 즈카르야의 모습이 선포됩니다. 대림 4주일 복음에서는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그 뜻을 따르는 성 요셉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모습으로 대림 4주간 평일에서는 주님의 뜻을 전달받은 즈카르야와 엘리사벳, 성모님의 모습이 선포됩니다.
성탄을 앞둔 우리들에게 이와 같은 장면이 선포되는 이유는 예수님을 맞이할 구체적인 준비는 “말씀의 순명”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 때문입니다. 아기 예수님의 오심은 인간의 능력으로 이루어진 결과가 아니라, 온전히 하느님의 뜻에 의해서 이루어진 거룩한 탄생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말씀에 대한 순명은 아기 예수님을 우리 안에 머무르도록 하기 위해 말씀이라는 구유를 정비하자는 초대이기도 합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1,14) 이를 묵상하면, 성탄의 기쁨은 우리 마음 안에 머무는 말씀이 친히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아버지께 열어드릴 때 가능해진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이 대림 시기 동안, 말씀에 머무름으로써 성탄의 기쁨을 맞이하도록 합시다.


성탄 대축일(12월 25–31일)
성탄 대축일이 우리에게 기쁨이 되기 위해서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 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우리는 성탄을 맞이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성탄을 축하드립니다”라고 인사합니다. 이렇게 인사하는 이유는 성탄을 통해 우리는 아버지의 사랑을 보았고, 만났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오심으로써 우리가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갔기에 축하할 일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 빛이 드러났다고 하여 모든 이들이 어둠에서 벗어난 것은 아닙니다. 어두운 방 한가운데 빛을 보았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우리 마음이 어둠이라면, 진정한 빛을 만났다고 할 수 없습니다. 빛은 우리에게 왔지만, 빛을 바라보고, 빛을 향해 나아가려는 우리들의 거룩한 의지도 반드시 동반되어야 합니다.
또한 성탄을 이천 년 전에 있었던 어느 사건을 기억하거나, 반복되는 의식으로만 받아들이는 것을 주의해야 합니다. 오늘날의 성탄은 2022년을 살아가는 우리 삶 속에 친히 오신 아기 예수님을 받아들이는 것이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다.”(히브 4,12) 이 말씀처럼 예수님은 살아 있는 빛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신 것이지, 기억으로 오신 것이 아니라는 점은 우리에게 기쁨의 이유와 기쁨을 왜 나눠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우리가 단순히 예식이나 기억으로만 성탄을 맞이한다면, 살아 움직여야 할 은총의 숨을 가로막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의식적으로 지금 우리에게 오신 아기 예수님에 대해서 끊임없이 묵상해야 합니다. 교회는 성탄의 기쁨을 하루로만 끝내지 않고, 팔부 축제를 지정하여 더욱 많은 이들과 기쁨을 나누고, 많은 이들에게 빛의 기쁨을 선포하자고 초대합니다.
오늘날 성탄의 기쁨은 교리서가 알려주는 기쁨이나 형식화된 예식으로 기쁜 것 아닙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아버지의 살아 숨 쉬는 사랑을 만났기에 기쁜 것입니다. 구유에서 발산되는 빛처럼 우리와 함께하고 계신 아기 예수님을 바라보며 기쁨으로 충만한 시기가 되길 바랍니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1월 1–7일)
찬란한 빛으로 우리의 어둠이 사라지다

“천상의 새 빛이신 구세주를 보내시어 세상을 구원하셨으니, 구원의 빛으로 언제나 저희 마음을 새롭게 하소서.”(주님 공현 대축일 전 수요일 본기도 중에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다가오는 구원. 가깝게는 성탄 대축일을 통해서 구원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가톨릭 교리에서는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빛을 구원과 연결하여 설명합니다. 빛으로 인해서 우리는 어둠에서 벗어났고, 빛의 인도에 따라 우리는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간다고 설명합니다.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셨던 성모님의 품 안으로 오신 아기 예수님, 그 따뜻한 품에 머무시는 모습은 하느님의 마음을 드러내 줍니다. 아울러, 그 구원의 온도가 따뜻하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도 드러내 줍니다. 그러나 구원의 빛은 하느님 관점에서 일방적으로 우리에게 주심이 아닌 성모님께서 은총을 품어 안으신 것처럼, 우리 관점에서 그 말씀을 품어 안으려는 의지도 필요합니다.
우리가 성모님을 어머니로 모시는 이유는 바로 은총을 품어 안으셨기 때문입니다. 타의에 의한 선택이 아닌 자신의 의지로 아버지의 뜻을 순명하였기 때문입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성모님께서 품어 안으셨던 그 모습이 일부 민족에게만 열린 구원의 빛이 아닌, 온 인류의 구세주로서 선포된다는 점에 있습니다. 곧, 성모님의 품 안에 머무르셨던 아기 예수님은 성모님과 요셉만을 성화시킨 것이 아니라, 온 인류에게 확장됨으로써 온 세상에 거룩한 빛의 번져 나가게 되었고, 이로 인해서 우리는 구원의 약속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새해를 열며, 우리들의 어머니를 기억합니다. 새해에 기념하는 이 대축일은 우리 어머니의 순명 덕분이었습니다. 나아가 인간적인 의지로 새해를 시작하는 것이 아닌 구원의 빛을 기억하며 새해를 열자는 취지입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다가오는 구원의 빛으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했으면 합니다. 어두운 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두려운 마음이 드신다면, 성모상 앞에 빛이 되어 세상을 밝히고 있는 봉헌초의 모습처럼 성모님과 함께 희망으로 어두움을 물리쳐 나갑시다.


주님 공현 대축일(1월 8–14일)
저희가 할 일을 깨닫고, 깨달은 것을 실천하게 하소서

“믿음으로 하느님을 알게 된 저희도 자비로이 이끄시어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을 직접 뵈옵게 하소서.”(주님 공현 대축일 본기도 중에서)
우리는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는 하느님의 자녀들이고, 빛의 자녀들입니다. 세상에 속한 다른 이들과 달리 우리는 믿음으로 하느님을 아버지라 고백하고, 지상 교회 안에서 매 순간 하느님을 향해 있는 이들입니다. 주님 공현 대축일을 통해 구원의 빛이 온 세상을 향해 펼쳐짐을 선포하고, 이제는 그 빛을 세상 끝까지 전하자고 초대합니다.
“주님께서는 그들이 밤낮으로 행진할 수 있도록 그들 앞에 서서 가시며, 낮에는 구름 기둥 속에서 길을 인도하시고, 밤에는 불기둥 속에서 그들을 비추어주셨다.”(탈출 3,21) 구약에서 전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습처럼 이제는 구원의 빛이 2023년을 사는 우리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주님 공현 대축일 기념하고, 이어지는 월요일 주님 세례 축일까지 봉헌한 다음, 다시 거룩한 일상으로 돌아와 “연중시기”를 시작합니다.
연중시기는 사순, 대림, 부활, 성탄 시기와 달리 특정한 순간들을 기념하기보다는 예수 그리스도의 일상에 주목합니다. 일상 안에서도 우리와 함께하시는 빛에 대해서 묵상하도록 인도합니다. 나아가 빛으로 인한 기쁨과 희망이라는 차원을 강조함으로써 그리스도인들의 생명을 묵상하도록 도와줍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연중시기의 상징인 “녹색”은 그만큼 거룩한 일상 안에서의 생명이라는 차원을 강조합니다.
우리가 걷는 이 길은 믿음으로 걷는 여정입니다. 믿음이 배제된다면, 우리는 아버지의 사랑을 접할 수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믿음으로서 그 빛을 바라보고, 그 빛을 향해 함께 걸어가야 합니다. 물론 그 여정은 홀로 걷는 길이 아닙니다. 교회가 함께하고, 성인 성녀들이 함께할 것이며, 주님께서도 우리와 함께 할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에게 열린 빛을 따라 끊임없이 하느님 나라를 향한 여정을 걸어야 할 것이고, 그 길 위에서 함께 하는 모든 이들을 사랑하는 것. 이것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구원을 기억하고, 구원을 살아내는 지혜로운 신앙인들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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