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2주일
✠ 마태오복음 3,1-12
대림, 기다림의 때입니다. 기다림은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은 감상적 설렘은 잠시 한 곁에 제쳐두라고 하시네요! 예수님의 오심을 두 가지 모양으로 기다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16일까지는 예수님의 재림, 종말을 기다리는 우리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묵상하고, 17일부터는 2000년 전에 오신 예수님의 탄생을 다시 기리며 우리 마음 안에서의 탄생을 어떻게 기다리는지를 묵상합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의 색조는 무겁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는 오실 메시아의 모습, 그리고 메시아 시대에 누리게 될 평화에 대해 묘사하고 있습니다. 복음은 이러한 메시아를 맞이하는 우리에게 제대로 된 준비를 하도록 촉구합니다. 메시아 시대의 평화는 우리의 협력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까이 온 메시아 시대, 하늘나라를 맞이하려면 회개해야 한다고 세례자 요한이 외칩니다. '회개'라는 말의 그리스어 '메타노이아'의 원래 뜻은 <사고방식의 전환>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죄로부터 근원적으로 벗어나는 회개는 사고방식의 전환 없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사고방식을 어떻게 전환해야 한다는 말일까요?
구약의 하느님의 백성들은 '죄를 짓다'라는 말을 '과녁을 벗어나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제대로 조준하지 못한 것이 죄의 출발이라는 말이 되겠지요. 삶이 나아가야할 방향이 있습니다. 그 방향은 하느님의 말씀이 가리키는 곳입니다.
우리는 어디에다 삶을 조준하고 있는지요? 그냥 세상이 가는대로 따라가고 있지는 않은지요?
그렇다면, 제대로 된 방향을 잡기 위해서는 나의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인지 사고방식을 복음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돼지 떼를 몰고 도살장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 많은 돼지 떼가 전혀 반항도 하지 않고 순순히 따르고 있는 모습이 신기해서 물었습니다.
"어떻게 해서 이렇게 잘 따르게 할수 있지요?"
"아주 간단합니다. 돼지가 좋아하는 먹이만 계속 주면 도살장으로 가는 줄도 모르고 따라오지요."
"아주 간단합니다. 돼지가 좋아하는 먹이만 계속 주면 도살장으로 가는 줄도 모르고 따라오지요."
우리들도 누구나 죽음을 향해 걷고 있습니다. 한데 우리는 과연 눈앞에 놓인 먹이(돈, 출세...)만을 바라보고 가고 있지는 않은지 묵상할 일입니다.
언제 다가올 죽음을 준비하여 깨어있다는 것은 먹이에서 눈을 돌려 내가 어디를 향해 돌진하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일입니다. 내가 세례를 받았다 해서, 본당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다고 해서 하늘나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녀들을 만드실 수 있다."(9절)
회개없는 세례, 세상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따르는 신앙은 의미가 없습니다. 제대로 믿기로 마음을 다잡는 것, 이것이 이 대림시기에 해야할 회개입니다.
"주님, 제 믿음이 약합니다. 저를 도와주십시오. 땅만 바라보지 않고 하늘을 바라보게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