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1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어느 부부가 암스테르담 국립 박물관에서 유명한 화가인 렘브란트의 걸작인 ‘야경’을 감상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유명한 화가의 명작 중의 명작이라고 할 수 있는 ‘야경’을 사진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기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그들은 이렇게 기쁜 마음을 가지고 박물관에 들어갔고, 여러 복도를 지나 한참 걸은 뒤에 마침내 그 유명한 걸작 앞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참을 그 앞에서 그 그림을 감상했습니다. 얼마 뒤에 남편이 아내에게, “자, 봐요. 이 액자가 참 아름답지 않소?”하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액자가 아름다울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 액자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액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 이 남편은 본질적인 것을 놓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왜냐면 그들은 액자를 보러 간 것이 아니라, 렘브란트의 걸작 ‘야경’을 보러 갔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례력으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우리에게 오늘 복음 말씀은 “너희는 준비하고 깨어 있어라.”라고 거듭 이르고 있습니다. 깨어 있음과 그렇지 않음의 차이는 분명합니다. 깨어 있음은 내가 누구이고, 여기는 어디이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의식하는 삶입니다. 깨어 있지 못하면 마치 잠든 사람처럼 내가 누구인지 모르고,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지 못하고,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고, 왜 하는지 잊어버린 채, 말을 하면서도 왜 이런 말을 하는지 모릅니다. 위의 이야기에서 사실 액자는 그 그림과 별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나 깨어 있지 못하면 액자에 현혹되어 그 유명하고 아름다운 그림을 감상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주변에서 우리를 현혹하는 온갖 유혹을 이기기 위해 깨어 있으려면 잠과 싸워야 합니다. 깨어 있을 때만이 어둠에서 벗어나 빛을 향해 나갈 수 있으며 새롭게 오시는 참 빛이신 주님을 만날 수가 있게 되는 것입니다. “형제 여러분, 여러분은 지금이 어떤 때인지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잠에서 깨어날 시간이 이미 되었습니다”라는 말씀을 매일 되새기면서, 빛의 자녀답게 품위 있게 대림 시기를 보내고 새롭게 탄생하시는 주님을 만나 뵙기를 기도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