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0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어느 나라에 정원에 있는 모든 나무, 풀, 꽃 하나하나를 정성으로 가꾸며 사랑하는 왕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왕이 아침에 정원을 나가 보니 모든 나무가 시들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왕은 문 옆에 서 있는 떡갈나무에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떡갈나무야, 무슨 일이 있었니? 도대체 왜 다들 시들어 있지?’ ‘나무들이 서로 자기가 다른 나무보다 못하다고 실망하고 있어요. 소나무는 자신이 포도나무처럼 열매를 맺지 못한다고, 포도나무는 복숭아나무처럼 똑바로 서서 열매를 맺지 못한다고 낙담하고 있습니다. 또 제라늄은 라일락처럼 날씬하지도 못하고, 향기도 없다고 불평입니다.’
그런데 모두 시들어 있는 중에도 유독 생기 있고 아름다운 꽃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꽃은 바로 팬지(Heart-peace)였습니다. 왕은 그 꽃에 물었습니다. ‘팬지(마음의 평화)야, 다들 슬픔 속에서 시들어 가고 있는데 너는 작은 꽃이지만 꿋꿋하게 자라는 것을 보니 짐의 마음이 매우 기쁘구나!’ ‘네, 고맙습니다. 저는 원래 볼품이 없는 꽃이잖아요, 하지만 왕께서 떡갈나무나 소나무나 복숭아나무 혹은 라일락을 원하셨다면 저를 뽑아 버리고 그들을 심었으리라는 것을 알아요. 왕께서 저를 심으신 것은 저를 보시면서 마음에 평화를 느끼기 위함이란 것도 알지요. 그래서 저는 왕께서 저를 보시면서 마음의 평화를 느끼시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왕은 이후로 더욱 팬지꽃을 아끼고 사랑했습니다.
바리사이처럼 자기 눈으로만 자신을 바라보면 잘난 것만 생각났고, 반면에 세리처럼 하느님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면 부족한 면도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자신을 자기 눈으로만 바라보지 않으려면 다른 사람들의 말에 끊임없이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기도 안에서 하느님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때만이 우리는 참으로 겸손한 사람이 될 수 있으며, 어떤 외부적인 악조건 속에서도 마음의 평화를 지켜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위의 우화에 나오는 팬지처럼 하느님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봄으로 항상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고 또 이웃들에게 그 평화의 마음을 전해주는 아름다운 한 주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