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2주간 레지도 마리에 훈화
유대인의 속담에 “태양은 당신이 없어도 떠오르고 당신이 없어도 진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를 위하여 태양이 뜨고 나를 위하여 태양이 지는 것 같이 착각하고 사는 교만한 사람을 두고 한 말입니다. 고대 유대에서는 학교에서 1학년을 ‘현자’라고 불렀고, 2학년은 ‘철학자’라고 일컬었으며, 최종학년인 3학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학생’이라고 일컬음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것은 겸허한 사람으로부터 배우는 자가 지위가 가장 높으며 또 배우는 학생이 되는 데는 몇 년이나 수업을 쌓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배우는 사람, 이 사람이야말로 겸손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가르치는 것보다도 배우는 것이 낫다고 한 것입니다.
요즘 많은 사람이 조금만 배우면 현자가 되어 더 이상 배우려고 하지 않고 남을 가르치려고만 합니다. 유대인들은 이러한 교만한 마음가짐을 훈계할 때 어린이에게 구약성경의 창세기를 가르친다고 합니다. 창세기를 보면 천지 창조 때 사람은 맨 나중에 만들어졌습니다. 처음에는 빛과 어두움을 나누고, 하늘과 땅을 갈랐으며 또 물과 뭍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서 동물을 만드셨습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아담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므로 사람보다 참새 쪽이 더 먼저 만들어진 것이니, 사람이 잘난 척할 것이 조금도 못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이 다른 피조물보다 낫다는 것은 하느님의 형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형상은 하느님의 품성인 사랑과 거룩함을 말합니다. 사람이 이것들을 소유하고 먼저 창조된 것들을 하느님의 성품으로 다스릴 때 만물이 나에게 굴복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예수님은 그 하느님의 형상으로 이 땅에 오셔서 죄인인 인간을 섬겼기 때문에 모든 인류가 그분 앞에 무릎을 꿇고 주님이라고 부르며, 그분께 영광을 돌리게 된 것입니다.
주일 복음 환호성에서 우리는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라는 주님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주님으로부터 겸손한 마음, 섬김의 자세를 배워, 주님의 사랑을 전달하는 참된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아가는 축복된 한 주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