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9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주일 복음은 우리에게 언제 올지 모르는 주인을 깨어 준비하고 있다가 문을 열어 드리라고 말씀하십니다. 주인이 온다는 것은 넓은 의미로는 예수님의 재림을 그리고 좁은 의미로는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를 부르는 순간입니다. 곧 언제, 어디서 나를 부르실지 모르는 하느님을 만날 준비하라는 말씀입니다.
한 사내가 농장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는 농장에 찾아가 새로운 주인에게 추천장을 건넸습니다. 거기에는 이렇게만 쓰여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폭풍우가 치는 날에도 잠을 잡니다.” 농장 주인은 일손 구하는 일이 급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그를 고용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갑자기 사나운 폭풍우가 마을에 몰아쳤습니다. 거센 비바람 소리에 깜짝 놀란 농장 주인은 침대에서 일어나 밖으로 뛰어나갔습니다. 그는 사내를 불렀지만, 사내는 깊이 잠들어 있어서 주인은 급히 외양간으로 달려갔습니다. 놀랍게도 가축들은 넉넉한 여물 옆에서 안전하게 자고 있었습니다. 그는 밀밭으로 뛰어나갔습니다. 밀 짚단들은 단단히 묶인 채 방수 천에 덮여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곡물 창고로 달려갔습니다. 문들에는 빗장이 걸려 있었고, 곡물들은 비 한 방울 맞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제야 주인은 “이 사람은 폭풍우가 치는 날에도 잠을 잡니다.”라는 말의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그렇습니다. 평소 만반의 준비를 한 사람에게는 폭풍우가 두렵지 않습니다. 그 폭풍우가 오히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기회가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정작 시작하지도 못한 일, 반도 끝내지 못한 일, 결실 없이 어지럽게 벌여만 놓은 일들이 수두룩합니다. 왜냐하면 “다음에 하자”라는 악마의 속삭임에 빠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루다 보면 결국 끝내지 못하기 때문에, 정작 주님을 맞이할 때 당황하며 얼굴을 들지 못할 것입니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지금 관심과 사랑을 베풀며, 나에게 맡겨진 일들을 지금 성실하게 마칠 수 있을 때야, 우리는 주님 앞에 부끄럼 없이 설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에 하자”가 아니라, “지금 바로 먼저 하자”는 마음으로 살아 주님의 축복을 받는 한 주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