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7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주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간절히 원했던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이 세상을 사랑의 불로 태우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라고 말씀하셨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라는 새로운 계명을 주시기까지 하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염원과 계명을 지키고 성취하기 위해 우리에게 성령을 보내실 것을 약속해주셨습니다. 김남조 시인의 ‘성냥’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 "성냥갑 속에서 너무 오래 불붙기를 기다리다/ 늙어버린 성냥개비들/ 유황 바른 머리를 화약지에 확 그어/ 일순간의 맞불 한 번 그 환희로/ 화형도 겁 없이 환하게 환하게 몸 사루고 싶었음을.”
성냥갑 속 빨간 유황을 바른 머리들이 어서 나를 태우라고 아우성치고 있습니다. 강 건너 타오르는 불구경만 하는 게 아니라 나도 불이 붙어 온 천지를 태우는 시작이 되고 싶다는 것입니다. 성냥은 제 몸에 불을 붙여 남에게 불꽃을 주는 것이 존재 이유며 가장 행복한 순간입니다. 성냥갑 속의 성냥, 물에 젖은 성냥은 아직 제 존재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성냥입니다.
주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은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그러합니다. 주님의 사랑을 받는 우리는 이 세상에 그 사랑을 보여 주고 또 전해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우리는 성냥갑 속 성냥 같던 사람들이, 죄와 상처로 물에 젖은 성냥 같던 사람들이 주님을 만나 핵폭발이 일어난 사건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사도들이 그러했으며, 프란치스코 성인이나 현대의 마더 테레사 수녀님이 그러했습니다. 성령이 함께하시고 활동을 시작하면서 그들의 성냥불이 켜지고 온 천지의 어둠을 몰아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주님은 아버지 하느님의 옆으로 가셨으며, 우리들에게 당신의 영, 성령을 기다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성령이 우리에게 오시면, 우리도 그들처럼 우리를 태워 이웃들을 사랑의 빛으로 밝혀줄 수가 있을 것입니다. 주님의 약속을 기다리며 기도하며 기다리는 이 주간, 우리의 마음에 오시는 주님의 영을 식별하고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영적인 귀를 열어달라고 기도합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