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2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얼마 전 몇몇 웹 사이트에서 한국에 사는 주한미군들을 대상으로 “한국에 오래 있었다는 걸 알게 될 때”라고 하는 풍자 글이 확산한 적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냉면 먹으면서 가위로 잘라주기를 바랄 때나, 친구가 주차장에서 차를 뺄 때 ‘오라이, 오라이’를 외치는 자신을 발견할 때나, 별 이유 없이 일본이 싫어질 때와 같은 것들이 자기 자신이 한국에 오래 살았다는 느낌을 받을 때라는 말입니다. 노래방에서 친구가 노래 부를 때 자꾸 ‘앗싸’ 하면서 추임새를 넣을 때나, 소주 마시고 ‘캬아’하는 소리가 먼저 나올 때, 고향인 뉴욕에 갔다가 패스트푸드점 중 롯데리아를 찾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 자신이 미국인임을 깜빡 잊어버리는 경우임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내용들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고 있던 우리 한국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습관처럼 몸에 밴 무수한 행동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면서 살아갑니다. 무심코 지나쳐 버리는 수많은 일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한국에 살고 있던, 미국에 살고 있던 우리의 의시구조나 생활방식은 바로 이런 몸에 밴 무의식적인 행동들에 기초해서 형성됩니다. 그러나 모두가 그러해도 우리들은,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은 여기에 머무르면 안 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주님의 십자가 죽음으로 속량된 사람들이며, 새로운 부활의 삶을 선사 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이 십자가에서 보여주신 자비는 우리 안에서 자라야 하고 그 사랑은 도움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져야 하는 자비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무의식 중에 주님의 자비의 모습을 닮아갈 수 있을 때, 바오로 사도와 같이 “우리는 하느님께 바치는 그리스도의 향기입니다.”(2코린 2,15)라고 외칠 수 있는 하늘의 시민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이웃들을 사랑의 눈으로, 자비의 손길로 만나고 바라봄으로 진정한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는 한 주간이 되길 기도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