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8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중국의 명의 편작이 채나라를 방문했을 때 왕후가 그를 궁으로 초청했습니다. 대접이 황송했던 편작은 왕후를 진맥하여주었는데 맥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치료를 권했으나 왕후는 오히려 편작을 무시했습니다. “내가 지금 이렇게 건강한데 그게 무슨 말이오? 있지도 않은 병을 고치고 왕후를 고쳤다고 자랑하려는 것이오?” 왕후의 거절에도 편작은 1주일 뒤에 다시 궁으로 들어와 진맥하고 다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거절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1주일 뒤에 다시 궁으로 와서 진맥했는데, 이번엔 아무 말 하지 않고 조용히 떠나면서 말했습니다. ‘그 사이 병이 뼈 안으로 들어갔으니 이제는 나라도 방법이 없다.’한 달 뒤 병세가 급격히 나빠진 왕후는 급히 편작을 찾았으나 때를 놓쳤다는 것을 알았던 편작은 이미 다른 나라로 떠나있었고 며칠 뒤 왕후는 숨을 거두었습니다.
연중 제8주간 수요일은 재의 수요일로서 사순시기가 시작되는 날입니다. 사순시기의 모든 전례는, 우리가 머리에 재를 받으며 들은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라는 말씀대로, 우리의 삶을 진지하게 반성해가며 마음으로부터 주님을 받아 드려 주님의 부활이 우리의 영적인 부활이 되는 은총의 시간이 되도록 이끌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순시기를 진정 은총의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 모든 전례를 통해 그리고 항상 우리와 함께하시며 우리의 양심을 통해 말씀하시는 성령의 음성을 겸손한 마음으로 들어야 합니다. 바오로 사도의 “자기 발로 서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1코란 10,12)라는 권고의 말씀대로 항상 성령께 깨어 있어야 합니다. 그러하지 않고 혹시라도 자만심이나 이기적인 욕심으로 성령의 음성을 외면한다면, 우리도 위의 왕후처럼 때를 놓치고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레지오 단원 모두가 이번 사순시기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때를 놓치지 말고 성령의 음성에 겸손하게 자신을 내어 맡김으로 은총의 시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