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주일에
평신도 주일이 되면
자연스럽게 오르내리는 말 가운데 하나가
‘주인’이라는 말마디다.
이른바 ‘주인의식’을 가지고
공동체에 좀 더 적극적이고도 능동적으로
참여하자는 식의 권유를
자연스럽게 많이 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는데,
은연중에 공동체의 주인이
우리 자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동체의 주인은 분명
피조물인 우리 자신이 아니라,
창조주이신 하느님이시다.
그 어떤 사제도 공동체의 주인이 될 수 없다.
그저 주인의 뜻을 받들어 관리 운영하는,
충실한 종의 자세가 요구되는
집사의 역할을 할 뿐이다.
마찬가지로 일반 신자인 평신도 역시,
공동체의 주인이 될 수 없다.
그 누구든 하느님의 뜻은 아랑곳하지 않고
주인인 양 자기 뜻을 고집할 순 없다.
우리 공동체의 참 주인은 주님이시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그분의 사랑받는 자녀다.
그분께서 우리의 아버지이시기에
그분의 집이 우리의 집이요,
그분의 공동체가 우리의 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우리 공동체의 중심에는 늘 하느님이 계신다.
그분만이 오직 참 주인이시기 때문이다.
그분은 우리에 대한 당신의 지극한 사랑 때문에
늘 우리와 함께,
우리 공동체 안에 현존하고 계신다.
비록 우리가 순간순간 잊고,
일일이 그분을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말이다.
세상 끝까지 그 언제까지나 늘,
우리가 깨어 헤아리고자 하는 것은
우리의 뜻이 아니라 오직 그분의 뜻이다.
2010년 11월 14일
- 석판홍, 「당신이 그립습니다」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