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8주일 복음묵상

연중 제28주일

 

✠ 루카복음 17,11-19

 

루카 복음사가는 예수님의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여정에 13장(9,51-21,38)이나 할애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 여정이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예수님의 제자들 역시 걸어가야할 여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여정은 우리 모두에게 당신의 목숨으로 얻어줄 구원을 위한 여정이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이 여정의 거의 막바지에 이르런 예수님께서 나병 환자 열사람을 치유하신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나병환자는 철저히 사회로부터 분리된 자들이어서 어떠한 종교생활도 할 수 없는 처지에 있었습니다. 그들을 접촉하는 자마저 부정한 자로 만드는 부정한 자들이었습니다.(레위 13-45-59)

그래서 어떠한 치유의 손길도 닿을 수 없어 하느님께만 기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살아있으나 산몸이 아니라 죽음을 몸으로 보여주는 이들이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어 멀찍이 서서 외칠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란 부르짖음은 차라리 절규에 가까왔다고 생각됩니다.
 

이 외침은 18장에서 예리고의 맹인에게서 다시 듣게 될 것입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아마도 예수님의 이름에 우리의 구원이 달려있음을 나타내고 싶어한 것 같습니다. 훗날 그는 사도행전을 기록하면서 베드로의 선포를 들려줄 것입니다.

"사람에게 주신 이름 가운데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이름은 이 이름밖에는 없습니다."(사도4,12)

과연 예수님은 그 부르짖음을 들으시고 응답하십니다.

그런데 얘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육신의 치유는 마지막 목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치유는 영원한 구원, 생명의 예표일 뿐입니다.

그리고 구원은 치유를 해주신 그분을 만남으로 얻어진다는 사실을 오늘 복음은 말해줍니다.

그리고 그 만남은 그 한 사람의 사마리아인처럼 받은 은혜를 알고 감사드리는 것으로 이루어집니다.

예수님께로 돌아오지 않았던 다른 아홉은 육신은 치유되었으나 어쩌면 여전히 하느님과 '멀리 떨어져' 사는 이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찾는 이유 역시 다만 받을 은혜 때문이 아닌지 살펴볼 일입니다.

현세적 선물에만 집중하여 산다면, 은혜 뒤편에 계시는 하느님을 알아보지 못한다면, 더 나아가 고통 안에, 그 너머에 계시는 그분의 현존을 알지 못한다면, 신앙은 우리를 하느님과 가까이 살게 해주지는 못할 것입니다. 
 

감사하는 것은 우리를 참으로 하느님 가까이 살게 하는 신앙의 단순한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