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소원

가톨릭부산 2022.10.05 11:01 조회 수 : 28

호수 2726호 2022. 10. 9 
글쓴이 사회사목국 
마지막 소원
 

사회사목국(051-516-0815)
 

 

   1973년, 서른다섯 살의 복희(84세, 가명) 씨는 사랑하는 남편을 하늘 나라로 떠나보냈습니다. 깊은 슬픔에 잠긴 그녀는 3남 1녀의 자녀를 홀로 양육하며 살아가야 할 현실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슬픔을 떨쳐낼 새도 없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구직활동을 한 끝에 울산에 있는 조선소에서 전기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몇 년간 수차례 위험천만한 사고를 겪으면서도 일을 그만둘 수 없었던 이유는 순전히 아이들 때문이었습니다. 건강이 악화된 후에야 그만둘 수 있었지만, 그녀는 몸을 제대로 추스르지도 못한 채 아이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식당의 주방 일을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장성한 자녀들은 복희 씨의 큰 보람이자 기쁨이었습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엄마를 부양하는 것을 서로 미루며 서서히 연락을 끊기 시작했고, 안타깝게도 그녀는 홀로 남겨졌습니다.
 
   19년 전에 복희 씨는 네 살이 된 손자와 함께 살게 되었는데, 막내아들이 교도소에 들어간 후 며느리가 떠넘기고 가버렸기 때문입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그녀는 손자를 훌륭하게 키워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손자는 할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에 보답하듯 바르게 자랐고 어느덧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어려운 형편이라 등록금을 학자금 대출로 해결했고, 타지에서 학교를 다니다 보니 월세, 학비, 생활비를 아르바이트만으로 부담하기에는 무척 벅찹니다. 복희 씨는 손자에게 도움이 되어주지 못해 할머니로서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손자를 대학에 보내고 나서야 복희 씨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젊은 시절 쉴 새 없이 달려오느라 손가락 마디가 모두 휠 만큼 50년간 자신을 돌보지 못했고, 그 결과 류마티스 관절염, 빈혈, 천식, 당뇨로 자주 입원할 만큼 건강이 나빠졌습니다. 게다가 현재 거주하는 집은 습기가 많이 차고 보일러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지만, 집을 옮길 여력조차 없습니다.
 
   복희 씨는 기초연금만으로 한 달을 살아야 하기에 월세와 공과금을 제외하면 식비가 턱없이 부족해 맨밥만 먹는 날이 많습니다. 여러 차례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해보았지만, 연락이 두절된 아들의 소득으로 인해 번번이 탈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서른다섯 살의 복희 씨는 어느새 여든네 살의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듯 손자는 그녀가 의지하는 버팀목입니다. 그녀의 마지막 소원은 손자가 무사히 학교를 졸업해 취직하고2022년 10월 주보사연 삽화.jpg결혼하여 가정을
루는 입니다. 손자가 자신처럼 외롭지 않았으면 하는 것입니다. 평생을 헌신하며 살아온 복희 씨의 마지막 소원이 이루어지도록 교우님들의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사랑의 손길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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