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제 23주일
✠ 루카복음 14,25-33
예수님께서 당신의 제자가 되는 조건으로 세 가지를 오늘 말씀하고 계십니다.
1. 가족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26)
예수님께서는 전 성경을 사랑이라고 요약하셨고 당신의 새 계명 역시'사랑하라!'인데 '미워하라'니요? 그것도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가족과 우리 자신을 미워하라니 왠 말씀일까요?
셈족 어법에 '보다 더'라는 비교급이 없어서라는 해석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하느님께 대한 사랑은 유일하고 절대적일 수 밖에 없음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 자리를 인간의 사랑이 차지하게 될 때 우상숭배가 되고 그 사랑은 오히려 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 삶은 끊임없는 선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순간 순간 우리는 의식하든 못하든 보다 더 나은 것, 더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지요.
세상적 가치에 따라서가 아니라, 혹 나의 이기심의 소산으로가 아니라 하늘의 것을 밝히 알아 선택하려면, 하늘나라를 위해 인간적인 정(情)을 넘어서고 자기 목숨을 버리는 선택을 하려면 하느님의 지혜, 그분의 영을 받아야만 한다고 1독서는 말해 줍니다.(지혜9,17)
2. 제 십자가를 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으면(27)
매일, 하늘나라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세상적 가치와 이기(利己)와 싸우는 투쟁의 십자가를 져야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뒤를 따라 걸어야 합니다. 성령께 끊임없이 예수님의 길을 여쭈어보아야 합니다.
쉬넨스 추기경님이 어릴 적의 기억을 얘기하면서 예수님의 모범을 따르는 삶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어릴 때 읍내에 물건을 사러가시는 아버지를 곧잘 따라 다녔는데 눈이 많이 온 다음 날에는 어린 내가 눈길을 걸어가기 위해서는 아버지께서 큰 장화발로 자국을 내신 그 자리를 밟고 갈 때 쉬이 따라 갈 수 있었다. 이처럼 우리는 예수님의 걸음과 나란히 내 발자국을 내며 걸어갈 수 없고 그 뒤만을 따라갈 수 있을 뿐이다.>
예수님의 발자국을 보고 따르는 방법은 그분 말씀을 듣는 기도뿐입니다. 날마다 오늘의 걸음을 위해 그분은 어떻게 걸으셨는지 여쭙고 그길을 갈 믿음과 사랑을 청하는 것입니다.
3. 자기 소유를 버리지 않으면(33)
첫 번째는 애정의 포기를 이제는 물질의 포기를 요청하고 계십니다.
모든 소유를 포기해야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절박한 상황은 오늘날에는 거의 드뭅니다. 하지만 신앙때문에 포기가 요구되는 경우는 많습니다.
하느님 나라가 우리에게 포기를(양보를, 내어 줌을, 나눔을, 손해보기를) 요구할 때 우린 어떻게 할 것인가 정직하게 자문해 보야야 합니다.
순교자 성월입니다. 순교자들은 부모 자식을, 자기 목숨을 하느님 나라를 위해 버린 분들입니다. 예수님 뒤를 십자가 지고 따랐으며 모든 소유를 하느님 나라를 위해 버렸습니다.
사실 수도자들은 이 순교의 삶을 자의적으로 살겠다고 한 사람들입니다. 아, 참 부끄럽습니다.
나는 과연 무엇을 내어 놓고 있는지요? 그분들의 전구를 빌어 보아야겠습니다.
목숨바쳐 예수님을 따른 순교 성인들이여, 저희도 매일, 작은 목숨이라도 내어놓도록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