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20주일
✠ 루카복음 12,49-53
예수님께서 불을 지르러 오셨는데 불은 타오르지 않았다고 한탄하십니다.
무슨 불(火)일까요? 성령의 불입니다. 어둠을 환히 밝혀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별짓고 분리시키는 정의의 불, 나쁜 것, 더러운 것을 완전히 태워버릴 정화의 불, 다른 이를 위해 목숨까지 내어 놓는 사랑의 불입니다.
이 불을 지피기 위해 예수님께서 죽음을 건너가는 세례를 받으셔야만 하셨습니다.(50)
내 마음엔 어떤 불이 타오르고 있는지요?
정의의 불, 정화의 불, 성령의 불이 타오르려면 세상이 주는 평화는 깨어져야 합니다. 적당한 타협에서 오는 평화, 안일주의는 무참히 부서져야 합니다.
백남국신부님의 글 일부를 옮겨 봅니다.
< ...... 금이 불에 단련되고 정화되어야 하듯이, 우리 역시 성령의 불로써 정화되어야 제대로 된 하느님의 사람이 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필히 '분열'과 '맞섬'을 동반하게 됩니다. 정화란 불순물을 털어내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자녀로서 지녀야할 삶의 모습들과 맞지 않는 것들과 결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주님께서 주시고자 하는 불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
신앙은 우리 삶에 " 이렇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가?"라는 갈등을 일으키는 불씨여야 합니다. 갈등없는 신앙은 우리를 편하게 해 줄지는 모르지만 우리를 변화시켜 주지는 못합니다. ......>
불은 열정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나는 어떤 것 앞에서 가슴이 뜨겁게 달아오르는가?' 자문해 볼 일입니다.
세계 곳곳의 긴급 구호 현장을 찾아가 고통 받는 이들을 보듬어 안는 한비야씨는 "재미있는 세계여행이나 계속하지 왜 힘든 긴급구호를 하세요? 혼자 애쓴다고 세상이 변하나요?"라는 질문에 "이 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하고 내 피를 끓게 만들기 때문이죠."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정화의 불을 견디어 내어야 하는 이유는 이런 사랑의 불이 우리 가슴을 뜨겁게 달구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이 세상을 사는 이유입니다. 오늘의 기도가 내안에 사랑의 불이 타오르게 해주기를ᆢ!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