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20주간-연중 제24주간

권용오 마티아 신부

안동교구 소속 사제, 상주가르멜여자수도원 담당.
가르멜남자수도원에서 서품을 받았고, 안동교구 5개 본당을 사목하는 동안 레지오를 통한 공동체 변화에 노력하였다. 현재 수도원 봉쇄구역 곁에서 텃밭을 가꾸며 교회의 심장이 되고자 하는 수도자들과 동행하고 있다.


연중 제20주간, 성모 승천 대축일(8월 14-20일)
성모 승천과 레지오의 사명

교본 제6장(성모님께 대한 레지오 단원의 의무)은 레지오 마리애가 “성모님을 이 세상에 모셔오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는 말로 시작합니다. 예수님께서 성모님을 통해 이 세상에 오신 것처럼 성모님께서도 레지오 단원의 협력을 통해 영혼을 돌보시는 어머니의 역할을 계속하실 수 있습니다. 이는 인간을 통하지 않고 구원사업을 하시지 않는 하느님의 섭리에 따른 것입니다. 그리고 레지오 단원은 스스로 단순한 도구가 되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협력함으로써 성모님이 자신의 활동 가운데 현존하심을 드러내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합니다.
사도직 활동 단체로서 레지오의 사명은 성모 승천과 관련하여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승천하시는 예수님께서 사도들을 파견하시며 그들의 전교 활동 안에 당신의 현존을 드러내려고 하셨듯이 성모님께서도 승천하시면서 레지오 단원의 영혼 안에서 항상 활동하시기를 바라셨다는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여러 가지 모습으로 발현하신 것처럼 성모님께서는 승천하신 이후에 여러 곳에서 발현하시며 세상이 죄의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여러 번 메시지를 남기셨습니다. 그런데 레지오 마리애는 성모님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도들처럼 성모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활동으로 초대받았습니다.
성모님의 탄생 전날에 모인 초창기 단원들은 그들을 이끄시는 성모님의 손길에 자신을 내맡기면서 아기 예수님을 돌보듯이 연약한 영혼들을 위한 봉사활동에 기꺼이 투신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성모님의 이름으로 활동할 때마다 성모님께서는 기적과 같은 결과를 만들어내시며 당신의 현존을 드러내시고, 영혼을 돌보시는 성모님의 모성애에 대한 감동의 물결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게 하셨습니다.
성모님의 승천은 우리 몸이 하느님께 대한 봉사를 통해 고귀해질 수 있는 최상을 보여줍니다. 레지오의 봉사활동은 단원이 성모님과 일치하는 만큼 성모님을 닮도록 변화시킬 것입니다.


연중 제21주간(8월 21-27일)
사도직 활동은 레지오의 ‘좁은 문’

“주님, 구원받을 사람은 적습니까?”(루카 13,23) 하고 예수님께 질문한 사람은 자신이 구원받지 못할까 불안스러워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만큼 구원받을 자격을 갖춘 사람이 많지 않겠지요? 하는 자만심으로 들립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구원의 문이 닫히기 전에 들어가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말씀하시며 그런 자만심을 지적하시고, 문을 열어달라고 두드리는 사람들을 쫓아내는 집주인의 비유를 들며 경고하십니다. 신앙생활을 진지하게 실천하지 않으면서 구원의 문을 통과하기를 바라는 안이한 사람들에게 경종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피상적인 신앙생활에 안주하려는 경향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고, 레지오를 창설한 크랭크 더프 역시 봉사활동을 시작하기 전까지 자신이 그런 경향에 젖어있었던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이대로 살다가는 구원에서 멀어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후에 그는 자신처럼 쇠약해 가는 그리스도의 지체를 돌보려는 사명을 의식하였고, 레지오 마리애가 탄생하도록 자신을 온전히 투신하였습니다. 그 당시 평신도의 사도직 활동은 사제의 사목직에 대한 도전으로 오해받을 만큼 어렵고 힘든 ‘좁은 문’이었습니다.
성모님으로부터 레지오 단원이 되도록 초대를 받은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권고하신 ‘좁은 문’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이 좁은 문은 우리를 구원으로 인도하는 문이며, 성모님을 이 세상에 들어오시도록 레지오 단원이 수행해야 하는 사도직 활동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레지오의 사도직 활동이 급격하게 위축되었고, 회합과 기도로 활동을 대신하려는 경향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이럴수록 레지오는 사도직 활동을 통하지 않고는 성모님을 모실 수 없다는 분명한 사실을 명심하고, 매주 활동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구원으로 들어가려고 힘써야 합니다.


연중 제22주간(8월 28일-9월 3일)
끝자리로 가는 겸손

레지오 마리애는 영적 전쟁을 수행하는 군대라는 의미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강력했던 로마군단의 조직을 모방하여 위계질서가 분명합니다. 사실 이것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닐 뿐인데 레지오를 특징짓는 핵심적인 요소로 간주하여 다양성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운 경직된 단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심지어 레지오 내부에서도 직책에 따라 인격이 달라지는 듯한 대우를 하는 것은 비록 의식적으로 하지 않았더라도 조심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바리사이들의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의 집에 가셨을 때 초대받은 이들이 윗자리를 고르는 모습을 바라보시며 그들에게 끝자리에 가서 앉으라고 비유를 들어 권고하십니다. 주인이 자리 배치를 할 때 윗자리에 앉았다가 끝자리로 밀려나는 부끄러움을 피하고 윗자리로 올라갈 때 모든 사람 앞에서 영광스럽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을 식사에 초대한 집에 모인 사람들은 각자 지위와 신분이 알려져 누가 윗자리에 앉아야 하는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에 주인이 자리를 지정하기 전에 서로 자리다툼을 벌이며, 주인의 권리를 무시하였습니다. 정말 높은 사람은 자신을 높이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높여주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고 어디서나 끝자리로 가는 겸손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레지오 단원은 직책이 높을수록 겸손의 모범을 보이려 노력하고, 사도직 활동에 임할 때도 항상 겸손한 자세를 취해야 합니다. 활동 대상자나 활동 자체가 단원의 위신에 관계되거나 무의미해 보일 때라도 혼인 잔치에서 끝자리에 가는 마음으로 겸손하게 최선을 다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의 레지오 마리애는 본당에서 허드렛일을 도맡는 꼴찌의 자리를 개의치 않고 실천하는 봉사단체로서 전통을 이어왔기 때문에 오늘날 평신도 사도직 단체 가운데 첫째가는 영애를 누리고 있습니다.


연중 제23주간(9월 4-10일)
제자의 길을 걷는 레지오

루카 복음은 예수님께서 당신의 제자가 되려고 하는 사람에게 가족을 미워하고 자기 목숨까지 미워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으로 기록하였습니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또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되지 않으려고 건강까지 챙기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레지오 단원들에게는 당황스러운 요구입니다.
그런데 레지오가 수행하고 있는 사도직 활동은 예수님의 제자인 사도들이 수행한 사도직에 참여하는 것이니, 단원들은 제자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도 제자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오로지 성모님 덕분이며 성모님께서 사도들 주변에서 그들을 도우셨듯이 우리 시대에 그 역할을 계속하도록 단원들의 마음 안에서 활동하십니다.
생각해보면 사실 사도들도 십자가를 앞에 두고 모두 달아났으니 제자의 자격을 충족한 것은 아닙니다. 그들도 성모님을 가운데 모시고 기도하면서 성령을 받고 난 다음에 비로소 제자의 길을 걸을 수 있었으니 그들의 사도직 활동은 성령 덕분이며, 성모님의 도움에 의지한 덕분입니다. 성모님만이 유일하게 예수님께서 요구하신 제자의 요건을 갖추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성모님은 예수님의 어머니이시면서 또한 가장 모범적인 제자로서 예수님의 십자가 길을 동행하시고 하느님 아버지께서 계시는 곳까지 예수님을 따르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시하신 제자의 요건은 인간 본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본성의 한계를 초월할 만큼 하느님께 온전히 투신하는 것입니다. 사도들처럼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 사도직에 헌신하려는 사람은 본성을 극복해야 하는데, 이는 믿음을 가지고 성령과 성모님의 인도를 따를 때 가능합니다.
사도들 안에서 성령이 불같이 타올랐듯이 레지오 단원들의 마음도 성모님의 모성애로 뜨거워지면 됩니다. 초창기 레지오 단원들은 모성애를 지닌 젊은 여성들로 구성되었기에 성모님의 마음을 생생하게 느끼고 따랐습니다. 그들은 불가능해 보이는 활동에 도전하고 성모님의 현존을 증명하며, 수많은 기적을 이루었습니다. 레지오의 사도직 활동은 단원들의 능력이 아니라 성모님의 현존을 드러내며 예수님의 제자가 걷는 길을 가는 것입니다.


연중 제24주간(9월 11-17일)
하느님의 기쁨에 참여하기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제자가 되려는 사람들에게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시면서도 당신께 다가오는 사람은 세리들과 죄인들이라도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런 모습을 보고 투덜거리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자비를 알아듣게 하려고 세 가지나 비유를 들어 설명하셨습니다.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기쁨을 강조하는 예수님의 비유에는 그 기쁨에 참여하기를 거부하는 사람의 모습도 보입니다.
소중한 것을 잃었다가 찾은 사람들은 그 기쁨을 함께 나눌 사람들을 찾습니다. 목자도 부인도 함께 기뻐해 줄 친구와 이웃이 있고, 아버지에게도 큰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의 기쁨을 가장 먼저 나누어야 할 큰아들은 오히려 화를 내며 자신의 동생을 배척합니다.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이 예수님께서 세리들과 죄인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다고 투덜거리는 것을 비유하신 말씀입니다.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이 예수님의 질책을 받는 것은 그들이 불의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큰아들에게 자신의 기쁨을 함께 나누도록 설득하는 말을 들어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너는 늘 나와 함께 있고, 내 것이 다 네 것이다.” 예수님께서도 그들을 세속적인 면에서 의롭다고 인정하셨기 때문에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의로움을 능가하지 않으면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고 산상설교에서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큰아들이 잔치에 참여하여 아버지의 기쁨을 함께 나누기를 바라시지만, 큰아들은 잔치가 끝날 때까지 집에 들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자신이 지금까지 참고 살아온 삶에 대한 보상을 아버지의 기쁨보다 앞세우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자신이 쌓아온 공로보다 하느님의 자비에 더 높은 가치를 두지 않으면 하느님의 기쁨에 참여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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