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8주일(다해) 강론 – 사명 완수
주임신부 2022. 7. 31, 범일성당
여러분, '버킷 리스트'라는 표현 아시죠? 내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목록'입니다. 이 표현을 접하며 생각해 보았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목록'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내가 죽기 전에 '해야 할 목록'이 있다면 보다 의미 있을 것이다는 생각을…. '하고 싶은 것들'보다 더 의미 있는 이 '해야 할 것들'은 우리에게 하나의 '사명'으로 다가 올 것입니다.
세상사 안에서 참으로 신기한 사실은, 지금껏 어느 누구도 예수님께서 33살이라는 너무 젊으신 나이에 돌아가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이는 그분께서 '해야 할 것', 즉 하느님 아버지의 세상 구원 사명을 완수하시고 이 지상을 떠나셨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렇게 볼 때, 우리는 젊을 때 죽지 않기를 바랄 것이 아니라, 너무 일찍 죽지 않기를 바래야 할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죽는 나이와는 상관없이, 우리가 죽을 때 우리의 사명이 미완성인 채로 죽지 않기를 바래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살아서 완수해야 할 지상 사명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듯, 사랑의 실천일 수도, 세상 창조사업에 협조일 수도, 하느님 나라를 나의 삶으로써 이 지상에 보여 줌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지상 사명들 중에서 반드시 ‘예외’가 되어야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를 오늘 복음은 잘 말해 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신만을 위해 재화를 모으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도 어떤 부유한 사람을 향해 “어리석은 자야”(루카 12,20)라 하셨고, 예수님께서는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루카 12,15)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 제1독서(코헬 1,2; 2,21-23)에서 보이듯, 어찌 보면 참 허무한 이 세상 안에서 우리가 살아가지만, 오늘 제2독서에서 말하는 다음 내용은 의미가 있습니다. - “위에 있는 것을 생각하고 땅에 있는 것은 생각하지 마십시오.”(콜로 3,2)
‘땅에 머물지만, 위에 있는 것을 생각’해야 하는 신앙인으로서의 우리 사명들, 즉 사랑의 실천이나 창조사업에 협조나 하느님 나라를 보여 줌 등은 어찌 보면 실행으로 옮기기 그리 어려운 내용이 아니요 또한 그리 대단하게 드러나는 모습이 아닐 수 있겠습니다. 어쩌면, 단지 하느님의 성전에 돌 하나를 쌓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행하는 그 일이 무엇이든, 우리의 아주 작은 행동 하나 하나가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구세주와 연결되는 행위라면, 즉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가 행동한다면, 우리는 자신의 지상 사명을 제대로 충실히 수행 중인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우리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때, 우리 사명을 완수하기 전에 죽는다면 우리는 나이와 관계없이 너무 일찍 죽게 되는 셈이고, 우리 사명을 완수하고 죽는다면 우리는 결코 너무 젊을 때 안타깝게 죽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주님 주신 생명으로 살고 계신 여러분, 하느님께서 언제 어떻게 우리 각자의 생명을 거두어 가실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매 순간을 잘 살아감으로써 우리에게 부여된 지상 사명을 꼭 완수할 수 있길 바래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