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주신 주님의 기도는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드러나고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기도하라고 가르칩니다. 하지만 내 뜻이 이루어지도록 고집을 부리고, 이상한 논리를 근거로 억지주장하기도 했고,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 서운해하거나, 남들로부터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무시당하는 것 같아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주님의 기도는 아버지의 이름, 아버지의 뜻, 아버지의 나라로 우리를 이끌지만, 내 이름, 내 뜻, 내 나라를 못 버리고 있지 않나 하는 성찰을 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하느님을 위해서’라는 말을 앞세우기만 하고 자신도 모르게 나 자신을 위한 삶을 살기도 합니다. 제자들을 부르실 때 예수님께서는 먼저 자신을 버리라고 하셨습니다. 내 이름, 내 뜻, 내 나라를 버리지 않으면 아버지의 이름이 빛나고,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고, 아버지의 나라가 오기를 바란다는 말은 거짓말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사야 예언서는 하느님의 나라는 골짜기는 모두 메워지고 산과 언덕은 모두 낮아지는 나라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골짜기를 메우는 일에 우선이기보다는 오히려 산과 언덕을 부러워하고 더욱더 높은 산과 언덕이 되려고 경쟁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심지어는 골짜기를 퍼내어 산과 언덕 위에 올리는 일도 서슴지 않는 세상이기도 합니다. 하느님 나라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하느님의 자녀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세례자 요한은 회개를 촉구합니다.
주님의 기도를 바친다는 것은 내 뜻과 내 이름과 내 나라를 버리고 아버지의 뜻과 이름과 나라를 바라는 것입니다. 주님의 기도는 우리가 저마다 자신의 이름과 자신의 뜻, 자신의 나라를 버려야만 제대로 바칠 수 있는 기도입니다. 주님의 기도를 바치기 전에 우리 안에 정말 자신을 버리고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지, 하느님의 나라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는지 묻고 또 물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시면서 빈말을 되풀이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내 뜻과 내 나라를 버리지 않는다면,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주님의 기도를 바친다고 해도 그것은 단지 빈말을 되풀이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셀 수도 없이 바치는 주님의 기도가 빈말이 아니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