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5주일
✠ 루카복음 10,25-37
오늘 복음에서 율법 교사가 예수님을 시험하려고 질문을 합니다. 그런데 그 율법 교사가 도리어 시험을 치루게 되는 모습을 봅니다. 늘 그러했습니다.
예수님께 올가미를 씌우려 한 사람들은, 황제에게 세금을 내는 문제로 예수님을 곤경에 빠뜨리려 했을 때(마태22,15-22)나 간음한 여인을 현장에서 잡아 끌고 왔을 때에도(요한 8,1-11), 예수님 앞에서 언제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당신을 묶을 수 없도록 올가미를 푸실 뿐 아니라 현실을 바라보는 눈을 한 차원 올려 놓으시면서 내면을 바라보게 만드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시선이 밖을 향해 있을 때 늘 자신을 향하게 하는 기술을 가지고 계십니다.
우리가 다른 이를 향해 손가락질을 할 때에 스스로의 허물(들보)를 보게 만드시고(마태7,1-5), 오늘 복음에서처럼 이웃이 누구인가 하는 문제 앞에서도 질문을 뒤집어 놓으심으로써 우리 마음 속에 곤경에 처한 이들에 대한 자비(慈悲)심이 있는지를 바라보게 하십니다.
누가 나의 이웃인가를 따지는 질문에는 나를 중심으로 경계를 긋는 자애심(自愛心)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내가 누구의 이웃이 될 것인가 하는 질문으로 내 안의 자애심을 위기에 빠뜨리십니다.
오늘 복음 구절 앞에서 진지하게 자문합시다.
내 이웃의 경계는 어디에 있느냐고. 또는 나는 누구의 이웃이 되어주면서 살아가느냐고 정직하게 물을 줄 안다면 "주님, 주님"하고 입으로만 고백하는 믿음에서 조금씩 벗어나리라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우리 생의 마지막 날에 우리가 얼마나 이웃이 되어주면서 살아왔느냐가 우리 삶을 저울질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마태 25, 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