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712호 2022. 7. 3 
글쓴이 김인한 신부 

그리스도는 우리를 통해 살아계십니다

 

 
김인한 신부 / 성소국장


 
  지난한 시간을 두고 코로나 긴 사막을 건너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문득 이어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물러서서 자신과 우리를 둘러싼 것들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걸어온 길을 바라보게 됩니다. 더불어 우리를 살게 만들었던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만 머물러 있고, 스스로 걸어왔다고 생각했던 시간이 돌아보면 그저 머물러 있던 시간은 아닌지를 바라보게 됩니다. 가르고 닫혀 있는 세상 안에서 우리 또한 다르지 않았음을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시금 우리는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에 대해서 아니 우리 자신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건넵니다. 그리스도인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에 교회는 오랫동안 ‘지금 여기에서 하느님 나라를 사는 사람’이라고 스스로의 신원을 답해왔습니다. 과거의 시간과 먼 훗날이 아닌 지금 여기에서 하느님 나라를 살고 이야기 나누고 그렇게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을 통해 다시금 생각하는 것은 우리는 주님으로부터 파견된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바로 주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내보낸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그저 발코니에 서서 구경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의 손으로 우리를 통해서 하느님을 세상 안에서 드러내고, 더 이상 복음을 읽지 않으려고 하는 세상 안에서 그들이 마주할 수 있는 또 다른 복음이 되려는 사람들임을 우리에게 오늘 복음은 확인시켜 줍니다. 
 
   우리는 우리의 손을 통해 닫혀 있는 것을 여는 사람들이며, 평화를 빌어주는 사람이며, 아픈 사람들을 치유하는 사람들이며, 주님의 이름으로 곳곳에 서려있는 그분의 뜻과 반대되는 영을 그분의 뜻으로 바로잡고 질서지우는 사람들이고, 그분의 뜻으로 살아감에 기뻐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여정의 길을 떠날 때에 그분께서는 우리들에게 이를 맡기셨고, 또한 그 힘과 권한을 주셨습니다. 우리를 멈춰 서게 하고, 우리를 낙담하게 하고 두려워하게 하는 것을 거슬러 걸어가고자 합니다. 그리고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자 합니다. 세상 안에서 하느님 나라를 지금 여기에서 사는 우리들이기에, 그렇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으로 우리를 보내신 분의 뜻을 드러내고, 머물러 있지 않으며, 파견된 사람으로 세상 안에서 가난하고 소박하지만 작은 우리의 손을 통해 그분이 드러나며 기뻐하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호수 제목 글쓴이
2015호 2009.10.01  교회의 참다운 기초 강병규 신부 
2091호 2011.02.06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강병규 신부 
2288호 2014.08.24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강병규 신부 
2492호 2018.06.10  하느님의 사랑으로 file 강병규 신부 
2655호 2021.06.13  작은 겨자씨에서 자라난 신앙 공동체 file 강병규 신부 
2024호 2009.12.03  인권과 정의 강영돈 신부 
2172호 2012.08.05  생명의 빵 강영돈 신부 
2313호 2015.02.01  치유, 하느님의 선물 강우현 신부 
2525호 2019.01.13  “새로운 삶의 시작, 세례” file 강우현 신부 
2714호 2022. 7. 17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루카 10,41) file 강우현 신부 
2554호 2019.08.04  나눗셈(÷)과 나누기 file 강인구 신부 
2738호 2023. 1. 1  “응, 엄마~” file 강인구 신부 
2312호 2015.01.25  참으로 회개하지 않고서는 강정웅 신부 
2524호 2019.1.6  동방박사들처럼 예수님만을 바라보며 file 강정웅 신부 
2713호 2022. 7. 10  그렇게 하여라 file 강정웅 신부 
2072호 2010.10.17  빼앗기지 말아야 할 것, 기도 강종석 신부 
2221호 2013.06.23  평범하면서도 위대한 사람들 강종석 신부 
2426호 2017.03.19  사마리아 여인의 믿음 file 강종석 신부 
2589호 2020.03.22  믿음의 논리, 불신의 논리 file 강종석 신부 
2770호 2023. 8. 13  한시도 나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시는 그분 file 강종석 신부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