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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님께 드리는 글

산천이 온통 초록으로 물들어 있는 5월 성모 엄마의 달입니다.
그리움이 가득 찬 내 마음에 초록빛이 바람에 스치며
엄마의 손이 나를 어루만져주는 듯합니다
.

아픈 동생을 통해 처음으로 엄마 자리에 앉아봅니다. 언니 오빠가 되어 또한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나를 바라봅니다.

첫 딸을 할머니가 키우시는 바람에 엄마는 그 딸을 제대로 안아보지 못하고 재롱 짓는 모습도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 뒤 아들을 낳고는 첫 딸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을 내려놓게 됩니다.
아들이 자라면서 동생들을 살펴주며 어머니를 도와주곤 하였습니다.
6.25
사변이 터지면서 금쪽같은 아들을 군대에 보내게 됩니다.
엄마의 애타는 심정은 그때부터 시작됩니다.
나날이 쌓여가는 오빠의 걱정 때문에 먼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엄마의 눈은 성모 엄마의 옷자락을 붙잡고 매달립니다.

어린 나는 고무줄놀이를 하며 신나게 노래를 부릅니다. “무찌르자 오랑캐 몇 백만이냐?” 신나게 폴짝폴짝 뛰며 노는 나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엄마는 오빠만 생각합니다. 엄마는 오빠 속에 성모 엄마를 부릅니다.

그러다 엄마는 몸져눕게 됩니다. 부르는 것은 아들 이름과 성모 엄마뿐입니다아버지와 이웃 사람들은 안타깝게 엄마를 바라보며 두 손을 모읍니다.
엄마의 눈은 항상 하늘에 꽂혀 성모 엄마와 함께 합니다.

어느 날 마당에 들어선 초라하고 깡마르고 땀범벅이 된 군인 한 사람이 등에 무전기를 지고 벙어리처럼 서 있습니다. 나지막하고 힘없이 ~~~ ”라고 부르는 소리는 누워 있던 엄마의 귀에만 들립니다.
죽은 듯 누워 있던 엄마는 마당까지 쏜살같이 뛰어나가 그 군인을 얼싸안았습니다.
그 군인은 오매불망 기다리던 오빠입니다. 아들이 살아왔습니다.
기적같은 일이 우리 집 마당에서 일어났습니다. 오빠는 어떻게 집 마당까지 왔는지 도무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엄마가 하늘을 바라볼 때마다 오빠는 엄마의 기도를 느꼈나봅니다.
애절하고 간절한 엄마의 기도가 하늘에 닿았나봅니다. 성모 엄마가 보호하며 이끌어주신 것입니다.

엄마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습니다.
어린 나는 엄마 곁에 오빠만 오면 엄마 병이 다 낫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늘을 바라본 엄마는 기적 같은 일을 만들어 주신 성모님의 이야기를 하며 살다가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어느 날 오빠 방에서는 똔 똔똔 똔똔똔 ------ 하는 소리가 자주 들렸습니다.
군에서 가지고 온 무전기 소리입니다. 그 소리는 엄마를 그리워하는 소리입니다.

끊어진 고무줄을 묶어주던 그 자리에 엄마는 없지만 언니와 오빠들이 대신했습니다.외로움도 그리움도 점점 멀어져 갔습니다. 세월이 저만큼 흐르고 언니 오빠들은 차례대로 엄마 곁으로 갔습니다.
풀냄새가 피어나는 잔디에 앉아 엄마가 그랬듯 하늘을 바라봅니다.
흐르는 구름 속에서 성모 엄마의 품에 엄마와 언니오빠들이 다정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봅니다.

이제 엄마의 자리를 대신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고 그 자리를 내가 하고 있습니다.
몸이 아픈 동생을 위해 나는 엄마의 자리에 앉았습니다.
어릴 때는 내가 느끼지 못한 진한 엄마의 사랑을 이제사 느낍니다.
성모님의 옷자락을 붙잡고 있는 동생에게 나는 성모 엄마의 사랑을 전합니다.
초록의 진한 빛이 우리를 비출 때 성모 엄마는 동생과 나를 품에 안습니다.
동생과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성모 엄마의 품입니다.

그리움과 감사함과 사랑을 담아 화려하고 싱그러운 5월을 성모 엄마께 드립니다.

 

2022528일 성모님의 날에 일곱째 딸 헬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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