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카가 전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기 (22,14―23,56)
사순절이 시작되는가 싶더니 어느새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저만 이런 느낌인지 모르겠어요.
회개의 걸음은 참 느린 것 같습니다. 회개란 나의 의지로 이루어내는 것이 아니라 몇 번이고 후회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하느님께 더 의지하는 것을 배워나가는 여정이라고 깨닫습니다.
오늘의 긴 수난 복음은 최후의 만찬, 겟세마니에서의 기도, 잡혀가시고 수난하심, 십자가의 죽으심의 순서로 얘기가 전개됩니다. 이 수난의 고통 한 가운데에는 인간의 하느님께 대한 배반, 불신의 행위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배반하는 인간에게 끊임없이 용서로 다가오시는 하느님의 이야기, 목숨을 바쳐 용서하시는 하느님의 이야기입니다.
"베드로가 말하였다.
'주님, 저는 주님과 함께라면 감옥에 갈 준비도 되어 있고, 죽을 준비도 되어 있습니다.' '베드로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오늘 닭이 울기 전에 너는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33-34)
'이 여자야, 나는 그 사람을 모르네.' .....
'이 사람아, 나는 아닐쎄.' ....
'이 사람아, 나는 자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
베드로가 이 말을 하는 순간에 닭이 울었다. 그리고 주님께서 몸을 돌려 베드로를 바라보셨다.
..... 베드로는 밖으로 나가 슬피 울었다." (57-62)
<저는 그분과 눈길을 마주치는 것을 늘 피했습니다. 두려웠습니다. 그분의 눈길 속에서 제가 아직 회개하지 못한 어떤 죄에 대한 꾸짖음을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분의 눈길 속에서 그분이 저에게 원하시는 어떤 요구를 읽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 그분의 눈길 속에는 아무런 꾸짖음도, 아무런 요구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분의 눈길은 다만 "너를 사랑한다."라고 말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그분의 눈길을 바라보았습니다.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너를 사랑한다."는 이 말 외에 다른 것은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밖으로 나가, 베드로처럼, 그렇게 울었습니다. "너를 사랑한다." >
- 예수의 눈길/안소니 드 멜로 신부님 -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34)
예수님과 함께 매달린 죄수 하나가 예수님의 이 말씀을 듣습니다. 그리고 알아봅니다.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신이 아니라면 억울하게 죽어가면서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 넣은 자들을 위해 이렇게 용서할 수 없음을 알아듣습니다. 그리고 아무런 조건없이 용서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봅니다. 그래서 감히 청합니다.
"예수님,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42)
자신의 죄를 바라보지 않고 예수님의 자비를 바라봅니다.
자신의 죄를 바라보지 않고 예수님의 자비를 바라봅니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43)
진정한 회개란 하느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알아보는데서 시작합니다.
우리 모두 예수님의 수난 복음을 읽으면서 하느님의 큰 사랑을, 조건없는 사랑을 느꼈으면 합니다.
"너를 사랑한다. 죽기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