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5주일
✠ 요한복음 8,1-11
창피하고, 무섭고, 분하고.....
아마 이런 심정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경멸의 눈초리를 고개들어 보지 않아도 이미 얼굴 따갑도록 느껴집니다. 이미 내려져 있는 사형선고... 돌에 맞아 비참히 죽으리라 생각하니 떨리도록 두렵고, 왜 나만 이렇게 당해야 하는지, 내가 저지런 죄는 맞아 죽어야할만큼 크다면 왜 나와 함께 있던 그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아도 되는지? 어쩔 수 없이 늘 당하는 쪽은 여자인 나란 생각에 분하고 억울하고.... ]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한 여인의 죄를 이용하여 예수님을 곤경에 빠뜨리려 합니다. 늘 죄인들 편에 서는 예수님이 못마땅해 예수님을 몰아 부칩니다. 늘 당신이 펴온 말씀대로 죄인들 편에 설려면 율법을 어기는 자가 되지 않을수 없는 상황에로 몰아 세웁니다.
예수님은 그들의 완고함에, 무자비한 율법주의에 마음이 천근만근 무겁습니다. "몸을 굽히시오 손가락으로 땅에 무엇인가 쓰기 시작하셨다."(6절) 그들은 '옳다 됐다, 드디어 예수님도 진퇴양단에 빠졌다.'고 생각합니다.
이윽고 침묵을 깨고 예수님께서 하신 대답은 그들의 질문을 바꾸어 놓습니다. "너희 가운데 죄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7절) 여인의 죄를 묻던 그들은 이제 자신의 죄를 묻게 되었습니다. 멋진 반전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다시 몸을 굽혀 땅에 무엇인가 쓰십니다. 여인도, 여인을 단죄하러 온 자들도, 어느누구도 부끄럽게 만들지 않으시려는 것 같습니다.
하나씩 하나씩 떠나간 후 예수님과 여인만이 남았을 때 여인에게 묻습니다. "... 너를 단죄한 자가 아무도 없느냐?...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10-11) 여인이 회개를 했기 때문에 주는 용서가 아니고 아무런 조건이 없는 용서입니다. 그 다음, 회개로 초대합니다.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
오늘 복음의 주제는 여인이 아니라 <죄인을 향해 하느님께서 취하시는 태도>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 자비를 체험하는 자리는 우리의 죄, 약함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죄인이라는 이 사실을 감안할 때, 죄를 감추기 보다는 자신과 하느님 앞에 솔직할 수 있으면 죄는 되려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사순 제 5주일입니다. 다음 주는 벌써 수난성지 주일입니다. 부활맞이 판공성사가 이뤄지는 때입니다. 그리고 사순시기가 끝납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이미 용서하셨습니다. 다만 우리가 우리의 내면을 정직하게 바라보고 그분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기도한다는 것은 바로 하느님 앞에서 내면을 바라보고 그분의 목소리를 듣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기도한다는 것은 회개의 길을 걷는 것입니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