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1주일
✠ 루카복음 4,1-13
오늘 1독서의 신명기 말씀(26,4-10)은 구약의 백성 이스라엘인의 신앙고백문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출애굽의 체험, 곧 자유와 해방의 체험은 그들 믿음의 근간(根幹)이 되었고 그들은 이것을 매번 고백함으로 믿음을 새롭게 했습니다. 이 공동체적 믿음이 개인의 구원체험이 될 때 믿음은 개개인의 삶에 기초가 되어줄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당하신 유혹을 어떻게 물리치셨는지를 들려줍니다.
1. "돌더러 빵이...."(3절)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구에 따른 유혹입니다. 배불리고 싶은 욕구, 만족을 채우고 싶은 욕구, 부족을 견디지 못하고 모든 것을 소유하고 싶은 욕구에 굴복하여 무엇이 우리를 존재케하는 지를 잊고 삶의 우선 순위가 뒤바뀌도록 허락하는 것입니다. 내 생명을 유지하는 것은 결코 빵(돈)만이 아님을(4절)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2. "권세와 영광을.... 내 앞에 경배하면..."(6-7)
지배욕, 승부욕, 명예욕, 윗자리에 있고 싶은 욕구, 순종보다는 명령하기를, 봉사하기 보다는 봉사 받고 대우받기를, 인정받고 나를 알아주기를 원하는 욕구에 굴복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내 삶의 첫자리에서 몰아내고 나를 섬기기로 하는 것입니다. 나를 섬기기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나는 내 욕구의 노예가 됨을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3. "천사들에게 너를 보호하라고...."(10)
종교적 자만심입니다. 하느님을 내 필요의 도구, 내 허영심을 채우는 도구로 삼을 유혹입니다. 하느님의 축복과 보호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것입니다.
믿음이란 우리 생의 근원과 존재 이유를 하느님에게서 찾는 것이며, 하느님이 내 삶의 첫자리에 계시도록 사랑만이 나를 지배하도록 두는 것이며,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삶은 오로지 하느님께서 주관하시는 일이기에 그분의 축복과 보호를 인간의 잣대로 재지 않으며 온전히 자신을 내맡기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런 믿음은 하느님의 말씀을 먹고, 새기고, 간직하고, 실행하는 것으로 얻어질 수 있는 은혜입니다. 이 은총의 사순절에 이런 믿음이 우리 안에서 자라나길 간절히 청해봅니다.
오늘 복음에서 또 하나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예수님께서 유혹을 당하신 장소, 때는 성령의 이끄심을 따라 광야에 가서(1)라는 사실입니다. 기도를 위해 마련된 공간에서도, 선행을 하는 순간이나 좋은 지향을 갖고 있을 때에도 유혹은 있다고 아니, 더욱 강열해질 수 있다고 말해주는 듯합니다.
광야는 메마른 곳, 고독한 곳, 결핍된 곳입니다.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그 옛날 교부들이 광야(사막)를 찾아갔습니다. 광야가 기도의 자리가 되는 까닭은 눈을 현란하게 하고 호기심을 자극하고 만족으로 느슨해지게 하는 곳에서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까닭입니다.
그래서 나 스스로 이러한 자리를 마련하려 피정을 떠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일상의 삶의 순간에 이런 상황이 빚어질 때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 관계가 메마르고, 꼭 필요한 것이 채워지지 않고, 혼자란 느낌이 드는 순간이 그러합니다.
그때가 기도의 때입니다. 나 스스로 만들어 찾아간 광야만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만나는 광야를 기도터가 되게 해야한다고 깨닫습니다.
말씀으로 무장을 해야할 때입니다. 말씀이 내면에 자리하여 나를 보호해 줄 수 있어야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