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훈화연중 제2주일-연중 제6주일

안정호 이시돌 신부

예수회 한국관구 소치우스(Socius, 부관구장)

연중 제2주일(1월 16-22일)“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카나의 혼인잔치 이야기는 성모님을 사령관으로 모신 레지오 단원들에게는 더욱 특별한 복음입니다. 마치 복음의 주인공처럼 성모님의 활약이 두드러지기 때문입니다. 성모님께서는 포도주가 떨어져 혼인잔치가 곤란한 상황임을 알아채시고 예수님께 알립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라고 응답하시며 그러한 상황을 무시하고자 하십니다. 예수님의 냉정함이라기보다는 당신의 때를 기다리고자 하시는 그분의 겸손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하여 성모님은 일꾼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1-11) 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분의 간절함과 아드님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담겨져 있습니다.여기에서 우리는 우리를 위해 전구해주시는 성모님의 어머니다운 자상한 배려심과 한 여성으로서의 섬세한 직관력을 보게 됩니다. 성모님의 요청과 암시는 단지 예수님에게 어떤 압력을 넣어서 기적을 행하시도록 하신 것이 아니라, 그분께서 당신의 첫 표징을 일으키시고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시게끔 하셨습니다. 그리고 성서는 이로써 제자들이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고 전해주고 있습니다.여기에서 특히 표징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표징은 그저 놀라운 기적이 아니라 심오한 의미와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첫 단어 “사흘 째 되는 날”은 예수님께서 사흘 만에 부활하실 것을 암시하는 듯도 하며, 이전의 제1장에서 이튿날이 세 번 반복되어 이미 나흘이 지나 다시 “사흘째 되는 날”은 창세기 천지창조의 제7일과 함께 예수님을 통한 새로운 창조를 상징하는 듯도 합니다.예수님께서는 혼인잔치의 기쁨을 온전하게 해주심으로써 우리의 구원자이심을 드러내셨고, 그 배후에는 우리 성모님의 숨은 공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성모님을 우리의 간청을 하느님께 전구해주실 가장 힘 있고 자비하신 어머니시라고 고백합니다.

연중 제3주일(1월 23-29일)“오늘 이 성경 말씀이 이루어졌다.”

예수님께서는 이사야서(61,1-2, 58,6)를 인용하시고, 레위기(25,8-17)의 희년, 즉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상기시키시며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는” 당신의 사명을 선포하십니다. 이 예수님의 사명 안에서 우리는 하느님께서 외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시고 또 세상을 구원하시려는 것이라는 요한복음(3,16-17)의 말씀을 함께 떠올리며 세상을 향한 하느님의 깊은 사랑과 강한 구원 의지를 묵상하게 됩니다.그렇습니다!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루카 9,35)고 당부하시는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외아들을 믿는 그 믿음 안에서 우리를 구원하고자 하십니다. 특별히 가난하고 소외되고 억압받는 이들에게 해방과 기쁨과 자유와 충만함을 주고자 하십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어느 누구도 이 구원에서 제외된 사람은 없습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예외 없이 그분의 지극하고도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가 이렇게 그분의 엄청난 사랑과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조금만 어려움이 닥쳐도 실망하거나 자신을 향한 그분의 사랑을 의심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자주 발견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힘주어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루카 1,1-4, 4,14-21) 우리는 굳건한 믿음과 희망 속에서 다가올 구원을 기다리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이미 우리 가운데 와있는 구원을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사랑으로 이를 증거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건실한 그리스도인, 씩씩하고 적극적인 신앙인의 선봉에 선 사람들이 바로 레지오 단원들일 것입니다.

연중 제4주일(1월 30일 – 2월 5일)“저 사람은 요셉의 아들이 아닌가?”

오늘 복음은 지난주일 복음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자라신 나자렛의 회당에서 이사야 예언서를 봉독하시며 그 구원자요 해방자로서 파견되신 당신의 사명을 선포하십니다. 아울러 이 예언서의 말씀이 바로 지금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 이루어졌다”고 하시며 우리와 함께 계시는 임마누엘의 하느님, 즉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선포하십니다. 그리고 그분의 말씀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그분을 좋게 말하며, 그분의 입에서 나오는 은총의 말씀에 놀라워하였다”고 합니다.그러나 여기에서 사람들의 반응은 묘하게도 재미가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놀라워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저 사람은 요셉의 아들이 아닌가?”(루카 4,21-30) 하면서 그분을 그들이 기다려온 메시아로 믿고 받아들이기에 주저합니다. 인간의 편견이나 고정관념은 이렇게 무섭습니다. 이미 갈릴래아 전역에 그분의 소문이 두루 퍼졌고 “새롭고 권위 있는 가르침”(마르코 1,27)으로 그분은 모든 사람에게 칭송을 받으셨지만, 고향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어린 시절부터 잘 알고 있는 목수인 요셉의 아들 예수입니다.그들의 마음을 꿰뚫어 보신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기보다 오히려 예리한 도전을 하십니다. 이방인들의 믿음을 모범적인 사례로 내세우시며 유다인들의 선민사상과 율법주의를 질타하십니다. 우리를 해방시키는 “주님의 은혜로운 해”는 이제 외적인 형식이 아니라 내적인 믿음에서 이루어지는 참된 복음의 시대가 임했음을 가르치십니다.그들을 결국 그토록 애타게 기다려온 구세주를 알아보지 못하였고, 유다인들의 편견과 고정관념은 마침내 그분을 십자가에 못 박게 됩니다. 호감과 인기를 얻기보다 오히려 외롭게 떠나가시는 길을 택하신 예수님, 오늘날 우리는 그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한번 성찰해봅시다.

연중 제5주일(2월 6-12일)“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

오늘 복음은 어부 베드로와 그 동료들이 예수님을 따르도록 부르심을 받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밤새도록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한 베드로에게 예수님께서 다가가시고 베드로에게 이르십니다.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루카 5,1-11)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베드로에게 예수님께서는 새로운 도전을 하십니다. ‘또 헛수고를 하란 말인가?…’ 그러나 베드로는 자신의 운명을 바꾸어 놓는 결단의 응답을 합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무슨 마음이 내켰는지 어떤 힘에 끌렸는지 베드로는 단호하게 일어섰습니다.베드로와 그 동료들은 그물이 찢어질 만큼, 배가 가라앉을 지경이 되도록 많은 고기를 잡게 되었습니다. 너무도 놀란 베드로는 예수님 앞에 엎드려 자신은 죄 많은 사람이니 자기에게서 떠나 주십사고 청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라고 하시며 베드로와 그 동료에게 새로운 초대를 하십니다. 도전과 초대의 놀라우신 주님은 이렇게 그들의 삶을 펼쳐주시고 완성으로 이끌어주십니다.우리 각자에게도 어떤 부르심과 응답의 소중한 체험이 있습니다. 우리도 모두 죄인이지만 베드로처럼 그분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그분께는 우리의 약함이나 죄스러움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사실 그분께서는 우리의 약함과 죄스러움을 꿰뚫어 아시면서 우리를 부르십니다. 부족한 그대로 나를 사랑하시고 부당한 그대로 나를 부르시는 그분은 과연 전능하시고 자비로우신 하느님이십니다. 그리고 이 부르심의 본질과 그 비결은 바로 사랑입니다.그분께서는 베드로에게 그러셨듯이 우리에게도 깊은 데로 나아가도록 당부하십니다. 내 삶의 깊은 곳은 어디일까요? 가정에서 직장에서 또 본당공동체 안에서 레지오 단원들은 이 깊은 곳을 찾고 또 깊은 데로 나아가고자 끊임없이 기도하는 사람들입니다.

연중 제6주일(2월 13-19일)참 행복과 불행 선언(루카 6,17, 20-26)

루카 복음서는 가난한 이들의 복음서라고 할 만큼 가난한 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며 가난하고 약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격려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가난한 출생 이야기를 비롯해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시는 하느님 안에서 기뻐하시는 성모님의 노래,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시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시는 예수님의 사명, 칭찬 받는 가난한 과부의 헌금 등 가난한 이들에게 더욱 가까이 계시고 또 그들 안에서 일하시는 하느님의 섭리와 경륜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특히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가난한 이와 부유한 이, 굶주리는 이와 배부른 이 등을 아주 첨예하게 대조시키며 참 행복과 불행을 가르치고 계십니다.그런데 어찌 가난, 굶주림, 슬픔, 박해 등이 행복이 되겠습니까? 표면상 불행이며 우리는 그동안 이것들을 극복해 나아가고자 부단히 노력해 왔으며 또 앞으로도 이를 극복하고자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예수님의 이 역설적인 참 행복 선언은 과연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예수님의 가르침은 우리가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것, 또는 불행이라고 말하는 것이 과연 그러한지 근본적으로 돌아보게끔 합니다. 감각적이거나 물질적인, 표면적이거나 현상적인 포만의 행복은 언젠가는 끝장이 납니다. 이것을 행복이라고 붙들고 의지하고 있다가는 머지않아 함께 넘어지고 맙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것들을 오히려 불행이라고 하십니다. 그분께서 선언하시는 참된 행복은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지는 행복, 하느님 나라에서 누리게 되는 행복, 그래서 이 세상의 어떠한 힘도 빼앗거나 뒤흔들 수 없는 행복, 끊임없이 하느님을 찾고 하느님께 의지하는 행복으로서 비록 가난하고 굶주리고 슬프고 박해가 따르더라도 사랑하는 행복입니다. 예수님은 이 가르침을 당신의 삶으로써 보여주셨고, 당신의 삶이 바로 진리이심을 당신의 죽음과 부활로써 증명해주셨습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행복을 찾고 추구하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참된 행복, 영원한 행복의 길을 가르쳐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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