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세계 평화의 날)
새해 시작에 듣게되는 하느님 말씀은 '축복하라'는 명령입니다. 아론의 아들들에게 곧 사제들에게 하신 말씀이지만 넓은 의미로 우리 그리스도인들 모두에게 주신 말씀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겨주시는 과제, 임무는 다른 것이 아니라 만나는 이들에게 축복을 건네는 일, 축복이 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삶 속에서 좋은 일을 찾고 볼줄 알 때, 선한 것을 마음에 품을 때 선한 말, 축복의 말을 건넬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알려주시는 우리가 건네야 할 축복의 말씀은 이러합니다.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 주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그대에게 은혜를 베푸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들어 보이시고 그대에게 평화를 베푸시리라."(민수6,22-26)
요즘 함께 묵상해 보았듯이 하느님은 빛이십니다. 빛이신 그분 얼굴을 우리에게 보여주시면 우리의 어둠이 사라집니다. 우리의 슬픔이, 아픔이, 죄가 빚어내는 죽음의 그늘이 사라집니다. 평화가 깃듭니다. 그래서 빛이신 하느님의 얼굴을 비추어주시길 청하는 일이 복을 빌어주는 일인 것입니다.
이렇게 복을 전하는 일은 먼저 우리가 그분의 얼굴을 오래 마주할 때 가능합니다. 그 얼굴의 빛이 나의 어둠을 몰아내도록 거듭 마주해야 합니다.
'그대에게 은혜를 베푸시리라.' 의 '은혜를 베풀다'로 번역된 단어는 원래 '굽어보다.' '가까이 다가오다' '허리를 굽히다' 라는 뜻을 가진다고 성서주석가들은 말합니다.
새해에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알수 없지만 굽어살피시는 하느님께서 가까이 계신다는 사실은 축복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새해에는 만나는 이들에게 축복을 비는 선한 생각이 우리 머리에 먼저 떠오르고, 우리 입술에는 선한 말이, 그래서 하느님의 얼굴을 비추는 우리 삶이 되는 축복을 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