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이달의 훈화주님 성탄 대축일 - 주님 세례 축일

송동림 레오 신부

송동림 레오 신부는 제주교구 사제로 1997년 서품을 받았으며 현재 신성여자중학교 교장이다.

 

주님 성탄 대축일(1219-25)

신학생 생활 6, 신학교 교수생활 13년을 지낼 때 방학 때가 되면 어머니가 혼자 계신 고향으로 내려갔다. 내가 시내를 다녀오거나 읍내를 다녀올 때 밤에 가끔은 늦곤 했었는데 어머니는 그때마다 어김없이 마당과 내 방에 불을 켜 놓아 주셨다. 요즘은 가로등으로 인해 덜 어둡지만 당시 시골은 밤에 많이 어두웠다. 집 앞에 들어서면서 마당과 내 방에 불이 켜져 있으면 왠지 모르게 편안하고 덜 쓸쓸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러한 불빛을 보며 종종 어머니의 사랑 깊은 마음을 느끼곤 했다.그래서인지 학교에서 지내면서 내가 연수나 다른 일정으로 자리를 비울 때마다 교장실의 불을 켜놓는다. 행정실 선생님께 부탁을 해서 불을 켜놓아 달라고도 한다. 교장실에 매일 찾아오는 학생들이 교장실 문이 닫혀있거나 공간이 캄캄할 때 느낄 수 있는 느낌을 예상해서이다. 과거 고등학교에 있을 때 어느 고 3 수험생이 학원을 마치고 늦게 집에 들어갔는데 집의 불이 꺼져 있을 때 우울하고 너무 힘들었다고 하는 이야기가 기억나서 더더욱 불을 켜놓으려 한다.오늘은 주님성탄대축일이다.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님께서 인류를 구원하시려고 사람이 되어서 이 세상에 오신 사건을 기념하고 경축하는 날이다. 모든 사람을 비추는 세상의 참 빛이신 예수님의 탄생으로 세상은 밝아졌다. 세상은 이 빛을 통하여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오셨고 그분의 은총을 통해 우리는 어둠의 그늘에서 벗어나 밝아지게 되었다.특별히 레지오 단원에게 있어서 사도직의 주요한 사명 가운데 한 가지는 집집마다 방문하는 것이다.(교본 제38장 레지오 사도직의 주요점 4항 참조)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어떤 종류의 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가능한 집집마다 방문해야 한다. 이는 예수님처럼 빛과 같은 삶을 살기 위함이고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서이다. 비록 코로나 상황으로 가정방문이 어려울 수 있지만 지혜로운 만남을 통해 암울한 이 시대에 빛 자체이신 예수님 안에서 그분들이 밝아질 수 있도록 해보자.

 

천주의 성모마리아 대축일(1226-11)어머니

어느 스승과 제자가 길을 가는데 사람 뼈가 무더기로 쌓여 있는 곳을 지나게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스승이 발걸음을 멈추고서는 그 뼈들을 향해서 큰 절을 했다. 이 광경을 본 제자는 놀라서 물었다. “스승님 무엇 때문에 엎드려 큰 절을 하십니까? 누구 이길래 절을 하십니까?” 스승이 대답했다. “내가 절을 한 것은 저 뼈들이 어머니들의 뼈로 보이기 때문이다.” 제자가 물었다. “어떻게 뼈를 보고서 어머니들의 뼈라고 구별할 수 있습니까?” 스승이 대답했다. “저 뼈들 중에 희고 무거운 것은 남자의 뼈지만 검고 가벼운 것은 여자의 뼈이다. 여자들은 결혼해서 아기를 낳고 젖을 먹이는데 그 젖이 바로 뼈에서 만들어진다. 한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젖을 먹는데 그 양이 적지 않다. 그래서 아이에게 양식을 공급하느라 대부분 어머니의 뼈들은 나중에 시커멓게 되고 가벼워지고 가늘다오늘은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이다. 여기서 천주의 성모하느님의 어머니를 뜻하는 말이다. 이 칭호가 공식적으로 부여된 것은 431년 에페소 공의회다. 한편으로 보면, 성모님을 뜻하는 수식어가 여러 가지 있지만 그 가운데 가장 어울리는 칭호는 아마도 예수님의 어머니일 것이다. 예수님의 탄생부터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함께 했던 분이 바로 예수님의 어머니 성모님이시다. 그러기에 우리 교회는 성모님의 삶을 기리며 해마다 새해 첫날 11일을 천주의 성모마리아 대축일로 지내고 있다. 새로운 한 해가 성모님의 보호와 전구 속에 축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하는 희망을 담고 미사를 봉헌한다.특별히 레지오 단원은 성모님을 우리의 어머니 자신의 어머니로 받아들인다.(교본 제5장 레지오 신심의 개요 4항 참조) 성모님을 자신의 참어머니로서 선언하고 공경한다. 갈바리아의 십자가 고통 중에 요한에게 이 분이 네 어머니이시다.”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요한에게 뿐만이 아니라 우리에게 어머니가 되신 것이다. 레지오 단원은 세상의 그 어떤 어머니보다도 예수님의 어머니 성모님을 본받고 성모님을 닮은 삶을 살아야 한다.

 

주님 공현 대축일(12-8)드러남

요즘은 과거와 달리 군대에서 종교생활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고는 하지만, 소속 부대나 혹은 상급자에 따라 신앙생활 여건이 조금 다를 수도 있다. 얼마 전 들었던 이야기다. 어느 날 주일에 신참 병사들이 각자의 종교대로 성당, 예배당, 법당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상급자가 허락은 했지만 성당, 예배당, 법당에 다녀오는 날에는 상급자가 항상 고된 일을 시켰다. 매 주일마다 그렇게 했다. 노골적으로 너희들이 신참인데도 눈에 띄게 종교생활을 하기 때문이다.”라고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마치 그런 느낌을 주었다.그러자 차츰차츰 성당, 예배당, 법당으로 가지 않는 병사들이 늘어나서 마지막에는 단 두 명만이 신앙생활을 지속했다. 그러자 어느 날 주일에 상급자가 그 두 명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끝까지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너희들이 진짜 신앙인이다. 앞으로 너희들 편한 대로 신앙생활 하기 바란다.”오늘은 주님 공현 대축일이다. 구세주 예수님께서 모든 민족들에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신 날이다. 여기서 주님 공현주님께서 당신을 공적으로 드러내신다.’라는 뜻이다. 예수님께서 당신을 드러내지 않으셨다면 우리는 주님과의 만남을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당신을 드러내셨기에 동방의 박사들도 별을 보고 먼 길을 떠나 마침내 베들레헴에 이르러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 예수님을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한다.특별히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헌신하는 레지오 단원은 자신이 신앙인이요, 신자임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자신을 통해 그 누구보다도 예수님과 성모님이 드러날 수 있도록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대화의 중심과 대화의 주제에 종종 예수님과 성모님이 있어야 한다. 레지오 마리애의 목적(교본 제2장 목적 참조)이 단원의 성화를 통하여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데 있듯이 특히 전교하려면 겸손한 마음으로 교회를 자랑하고 열정적으로 교회를 사랑해야 한다. 대화 주제에 예수님도 없고 성모님도 없고, 교회에 대한 비난이 주요 화제라면 교회의 앞날은 암울하다.

 

주님 세례 축일(19-15)어느 할머니의 신앙

나이가 아주 많고 글을 모르시는 할머니 한 분이 계셨다. 늦은 나이에 개종을 하여 성당을 다니게 된 할머니는 몸이 많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주일미사를 거르지 않았고 평일 미사에도 자주 참여하였다.사순 시기 때의 일이다. 신자들이 미사 전후에 십자기의 길 기도를 바치는데 할머니께서도 기도하고 싶어서 미사 후에 혼자 남아 있다가 신자들이 모두 가고 나면 십자가의 길을 바치셨다. 글을 모르시던 할머니는 14처를 각각 묵상할 때마다 한참이나 뚫어지게 오랫동안 예수님을 바라보는 것이 전부였다.그리고는 속으로 예수님의 아픔을 온전히 느끼는 동시에 손주가 장애를 갖고 있는데 치유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아들이 공무원생활을 하는데 성실하게 생활하도록 해달라고 간구했다. 이후 장애를 가졌던 손주는 치유되었고, 공무원 아들은 직장에서 승진을 거듭했다. 할머니는 얼마를 더 사시다가 품위 있게 돌아가셨다. 늦은 나이에 세례를 받으셨고, 글을 모르는 분이셨지만 한결같은 그분의 신앙생활과 정성어린 기도가 그분으로 하여금 소망을 이루게 했고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게 한 듯싶다.오늘은 주님세례축일이다. 예수님께서 요르단 강에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 받으신 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하느님 아버지에 대한 순종과 예언의 성취를 위해 겸손하게 세례를 받으신 것이다. 구원의 역사에서 하느님의 뜻에 자신을 내어놓는다. 이를 통해 예수님께서 아버지 하느님의 뜻을 이루시고자 하시는 겸손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예수님에게 하느님은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라.’라고 하신다.레지오 마리애의 목적(교본 제2장 목적 참조)은 단원의 성화를 통하여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데 있다. 이는 하느님 안에서 교회의 인도를 받으며 성모님과 교회의 사업에 기도와 적극적인 협력을 할 때 이루어진다.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고도 하지만 하느님을 제대로 만나게 되면 사람은 변한다. 특히 말씀을 중심으로 한결같은 신앙생활을 통해 변화가 가능하다. 하느님 안에서 자신도 변화되고 가족도 변화되도록 성모님과 함께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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