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3주간(12월 12-18일)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를 묵상하며(마태 1,1-16)
벌써 대림 제3주일입니다. 이제 한 주일만 더 지나면 성탄절입니다. 이번 주는 특별히 마태오 복음서 1장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에 등장하는 여인들을 묵상하면서 하느님의 신비를 마음에 담아봅시다. 유다인의 풍습에서 족보에 여자들의 이름이 기재되는 것은 매우 낯선 일입니다. 그런데 마태오가 전하는 예수님의 족보에는 마리아 이외에도 다른 네 여인, 타마르와 라합, 룻 그리고 밧세바가 등장합니다.한 가지 신기한 점은 이들 모두 우리에게 정상적이지 않은 부부 결합을 보여준다는 사실입니다. 타마르는 창세기 38장에 등장하는데, 자식 없이 남편과 사별한 후에 속임수를 써서 시아버지 유다와 동침하여 메시아의 계보를 잇습니다. 여호수아의 정탐꾼들을 숨겨 주고,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 여인인 라합은 예리고의 창녀입니다(여호 2장). 룻은 보릿가리 옆에서 잠든 보아즈를 유혹하여 결혼해서 다윗의 증조모가 되었습니다(룻기 3장). 사무엘 하권 11장에서 밧세바는 자신의 남편 우리야를 죽게 한 다윗과 결혼하여 솔로몬을 낳습니다. 이렇게 볼 때, 이 네 여인들과 그리고 이에 관련된 사람들에게 비난의 평가가 뒤따라 올 수도 있겠습니다.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러한 결합을 통해서 메시아의 계보가 이어졌던 것입니다. 결국 하느님은 불가사의한 방법으로 메시아의 가계를 이으셨던 것이다. 인간의 이성으로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방법으로 하느님의 신비는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네 여인들은 하느님 역사에 극적으로 하느님의 유용한 도구가 되었습니다. 성모님 역시 정상에서 벗어난 기이한 방식으로 즉 하느님으로부터 간택된 여인으로서 불사가의의 극치인 동정 잉태를 통해서 아들을 낳습니다.주님의 성탄을 준비하면서 특히나 요즘 같은 코로나19의 가장 어두운 현실에서 우리 신앙인들이 겸허하게 하느님의 섭리를 느끼기를 희망합니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말미암은 기후변화와 환경파괴 그리고 코로나19와 같이 새롭게 창궐하는 재해 속에서, 자연과 인간과 함께 고통당하시는 하느님의 불가사의하고 역설적인 섭리를 겸허하게 발견하기를 희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