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왕 대축일(11월 21-27일)
서한석 사도요한 신부
서한석 사도요한 신부는 2002년 서울대교구에서 서품을 받았으며, 로마 그레고리안대학교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가톨릭대학교 학부대학 및 종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코로나19 시대에 그리스도를 왕으로 선포함
올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우리는 벌써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맞이합니다. 특별히 올 한해는 코로나19 사태의 암울한 상황을 심각하게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신앙이 던지는 물음은 아마도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코로나19의 전염성 위험에 직면하여 사회로부터 미사가 전면 통제되고 신앙의 공식적인 활동의 장인 전례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우리는 세상에 그리스도를 왕으로 선포해야 하는가?코로나19 상황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폭력으로 환경의 심각한 변화가 초래되고, 이로 인해 인간과 동물의 전염병이 확산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사태임을 볼 때, 특별히 우리 신앙인들은 가급적 더 많은 소비를 추종하는 생활 형태를 자제하고, 이 시대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하며 금욕과 절제의 변화를 실천해야겠습니다.성모님은 예수님과 관련된 모든 일을 늘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깁니다(루카 2,19 참조). 예수님 탄생에 대한 목자들의 이야기를 들은 후에도 그러셨고, 잠시 잃었던 소년 예수님을 성전에서 발견했을 때 이해할 수 없는 예수님의 대답을 듣고서도 그러셨습니다(루카 2,51 참조). 이보다 훨씬 전 가브리엘 천사가 예수님의 탄생을 예고하는 대목에서도 성모님은 숙고하는 여인 그리고 경청하는 여인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루카 1,29 참조). 성모님이 보인 이런 경청과 숙고의 태도는 오늘날 암울한 현실을 사는 우리 신앙인들에게 요청되는 모습이기도 합니다.신앙인들은 코로나19로 인간을 포함한 온 세계가 경험하고 있는 고난 가운데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알아보고, 창조계 안에서 인간과 자연의 평화와 공존을 실천해야 하는 시대의 징표에 경청해야 합니다. 오늘날의 시대의 징표. 부활하신 왕, 예수님을 통해서 이루어질 새 하늘과 새 땅을 희망하며, 자연과의 평화적 공동의 삶을 실천하는 것. 물 아끼기, 전기 코드 뽑기, 종이 빨대 사용, 쓰레기봉투 사용, 헌옷 기부, 음식물 줄이기, 음식물 용기 세척 후 버리기, 배달 음식 줄이기 등 그리스도를 왕으로 선포하는 구체적인 실천의 삶은 우리에게 늘 열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