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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6 07:25

[강론] 연중 제29주일 -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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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9주일 (나해) 강론 -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주임신부   2021. 10. 17, 범일성당


 

한국 교회 당국이 교회의 쇄신과 발전을 위한 설문조사를 했었는데,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들이 개선해야 할 내용들이 많이 드러났습니다. 그 중 사제에 대해서 ‘독선과 권위주의’가 없어져야 한다는 점이 그 어떤 다른 응답들보다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참으로 공감하는 말이고, 그래서 ‘교회 쇄신은 성직자 쇄신에 달려있다.’는 말에도 저는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입니다.


 

당연히, 저부터 ‘독선과 권위주의’에 빠지지 말아야만 할 것입니다. 저부터, 평신도분들이 교회 안에서 주도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역할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한마디로 평신도분들이 ‘소신껏’ 일하시도록 배려하고, 그분들이 저에게 대화를 요청할 때엔 의견을 경청하며, 그분들의 결정에 대해서는 교회의 정신에 어긋나지 않는 한 존중해야 함이 당연합니다. 


 

그런데 이런 당연한 자세로써 일을 하다 보면, 신자분들 안에서 두 가지 현상이 드러남을 제가 지나간 본당에서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의 현상은 기본적인 절차나 전달하는 과정이 무시되는 경우가 생겨서, 책임을 맡은 실무자들이 멋모르고 있다 당황한 때가 있었습니다. 질서 자체가 무너져 버린 셈이지요. 그리고 두 번째 현상은 평신도분들께서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는 것입니다. - ‘신부님, 우리도 바쁜 사람들인데, 우리에게 의견을 물어보거나 우리 뜻을 따른다고 말하지 말아 주세요. 우리가 그것까지 신경 쓰기엔 부담스럽습니다. 신부님이 대장이시니, 신부님이 말씀을 내려 주세요. 우리는 신부님 시키시는 대로 그냥 따르기만 하는 게 훨씬 편하고 좋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 왔습니다.’


 

이러다 보니, 저로서는 참 난감한 입장이 되기도 합니다. 신자분들께서 교회 안에서 평신도의 참여를 요구하며 가장 심각하게 지적하는 문제인 ‘성직자의 독선과 권위주의’에 저로서도 빠지기 싫고, 다른 한편으로는 신자분들께서 제 말만 기다리며 순종하듯 따르려는, 그런 자세를 접하는 것 또한 저로서는 싫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하신지요?... ‘십자가로 생각하는 사목’을 맡은 저로서는, 이런 이상해 보이는 모습에서 난감함을 느끼며 살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편, ‘사제가 홀로 권위적일 수는 없다.’는 표현 또한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향해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마르 10,43-44 참조) 주님의 이 말씀은 당연히 그 누구보다 저를 비롯한 오늘날의 성직자들이 귀를 열어 듣고, 마음으로 새기며, 몸으로 실천해야 할 사항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그러나 또한 생각해 봅니다. 그들만 그래야 할까? 주님께서는 교회의 구성원 모두에게 필요한 사항으로서 말씀하신 것이 아닐까?...


 

우리 본당의 주역이신 여러분, 우리 본당에는 대장도 없고 졸병도 없습니다. 모두가 일꾼들이고, 모두가 ‘섬기는 사람’이요 ‘모든 이의 종’으로서, 함께 의논하며 나아가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표현을 남기고 싶습니다. - ‘변화하지 않으면 변질된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변질’이 아닌, ‘변화’에로 나아가길 기원해 봅니다. 

  오늘 들려주시는 주님의 말씀이 우리 안에 새겨지고 살아 움직이길 바라며, 복음의 말씀으로써 이 강론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마르 10,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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