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소임에 최선을 다하여

가톨릭부산 2021.10.13 10:42 조회 수 : 18

호수 2673호 2021.10.17 
글쓴이 한영해 아가다 
주어진 소임에 최선을 다하여

 
한영해 아가다 / 밀양성당 · 교정사목 봉사자


 
    지금부터 11년 전 어느 날 본당 사회복지 분과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그 첫마디가 “당첨되었습니다.”라는 말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밀양 지동에 들어선 구치소에 있는 수용자들에게 가톨릭 업무를 담당할 교정사목 회장직에 제가 신부님의 특별 지시로 결정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극구 사양을 했지만, 결국 그 회장직을 수락하게 되어 지금까지 그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최근 2년간은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행사가 중단되었지만, 그 이전까진 매주 금요일이면 맛있는 간식을 준비하여 교정사목 회원들과 함께 구치소를 방문하여 하느님의 사랑을 전했습니다.
 
   초창기에 방문할 땐 세례를 받은 몇 명의 수용자들과 같이 복음 나누기도 하고, 음식도 나눠 먹으며 서로 훈훈한 정을 나눌 수가 있었으며, 수용자들을 만날 때 마다 눈물이 나와서 힘들어 하던 때도 많았습니다.
 
   구치소가 제대로 업무를 시작 하고부터는, 교정사목에서 신부님과 수녀님께서 오셔서 1·3주는 미사를 봉헌하고 2·4주는 교리 공부를 하는데, 참석한 수용자가 모두 신자는 아니지만 하느님을 알고 싶어 자발적으로 온 만큼 잠깐이나마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 날 한 수용자가 상담 신청을 해 왔는데 교도관과 함께 하는 방에서 그분께 “하시고 싶은 얘기 다 들어 드릴 테니 속 시원하게 얘기해 보십시오.”라고 했더니, 큰 소리로 10여 분간을 우시고 나서는 “잘못했다.”며 울부짖는 것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내면에 은총을 퍼부어야만 회개하게 된다는데, 그분은 세례는 받지는 않았지만 하느님께서 자비의 힘으로 위로하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합당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회개를 통해 준비시켜 주셨던 것입니다. 얘기를 다 들어주고 난 뒤 “주님은 의인을 위해 오신 것이 아니고, 죄인을 위해 오셨으니 늘 함께 계실 겁니다.”라고 격려를 해 드렸습니다. 그 이후 모임에 빠지지 않고 나와 열심히 교리 공부를 하여 기쁘게 세례를 받았으며, 잘 적응하여 모범수로 살다가 가석방으로 출소하였습니다. 
 
   지금의 상황이 빨리 종식되어 수용자들에게 더 많은 하느님의 사랑을 전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끝으로, 교정사목을 이끌어 나가시느라고 고생하고 계신 모든 분들과, 힘껏 지원해 주시는 본당 신부님과 교우분들께 이 지면을 통해 깊은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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