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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1주간(10월 31일-11월 6일)‘사랑과 용서’는 되는 것

학창 시절, 어머니 핸드폰에 아버지 연락처가 ‘사랑과 용서’라고 저장되어 있는 것을 보며 ‘웃픈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저는 사제로서, ‘사랑과 용서’를 말하는 사람입니다. 아니, ‘삶으로 사랑과 용서를 실천하는 사람’이 더 가깝겠네요. 그런데 정작 저조차도 ‘사랑과 용서가 참 어렵다’는 성찰을 자주 합니다. 가끔은 ‘나도 못하는 사랑과 용서를 선포하는 것이 합당한가 싶은 괴리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음 선포는 저의 사명이자 의무입니다)성 이냐시오 데 로욜라(Ignatius de Loyola)께서는 우리가 ‘이성, 감정, 의지, 기억’을 통해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가톨릭성가 221번 ‘받아주소서’는 성 이냐시오의 기도) 여기에서 저는 흥미로운 사실 한 가지를 발견합니다.이성은 우리의 ‘인지와 사고’이기에 바꿀 수 있습니다. 의지도 우리 삶의 방향성을 재정립하면 바꿀 수 있습니다. 민간인이 군인이 되는 것처럼 말이지요. 기억은 바꿀 수 없지만 왜곡할 수 있고 때때로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특별히 각인된 것들만 기억하게 된다는 것이지요.그런데 ‘감정’은 우리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감정은 나의 이성, 의지와 상관없이 충동적으로 나도 모르게 일어나는 ‘느낌’입니다. 적지 않은 경우, 우리가 사랑하기 힘들고 용서하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이 ‘감정이 뒤틀렸기 때문’ 아닐까요? ‘상처받은 감정의 얼개들’이 우리 안에 뒤죽박죽되어 있기 때문이지요.아이러니하게도, 사랑하려 하면 더 미워지고 용서하려 하면 마음에 분노가 끓습니다. 감정의 상처에 피가 멎지 않아서 그렇지요. 우리가 정말 사랑과 용서를 하려면, ‘상처받은 감정의 얼개들’을 내 안에서 완전히 흘려보내야 합니다. 그러니 ‘어떤 사건으로 인해 상처받았던 과거의 나 자신’을 마주하고선 “괜찮니? 힘들었지?”라며 위로하고 어루만지며 ‘치유의 연고’를 바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예수님의 손길이 교우님들 상처에 닿기를 바라며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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