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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 영성2드보라, 우리의 사령관

전삼용 요셉 신부 수원교구 영성관 관장

레지오에서는 성모 마리아를 ‘사령관’이라 부릅니다. 순결한 어머니의 모습과는 좀 차이가 나는 호칭이기에 그런 명칭을 들으면 약간 거부감을 느끼는 신자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레지오가 ‘군대’이기에 대장이신 성모 마리아는 ‘사령관’일 수밖에 없습니다. 구약에는 성모 마리아처럼 사령관이 되어 악의 세력을 무찌르는 모습을 보여준 여인이 나옵니다. 바로 판관 ‘드보라’입니다(판관 4장).판관 드보라는 비록 여성이지만 하느님과 함께 하는 예언자이기에 판관의 자리에 있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가나안 임금 야빈이 시스라 장군을 통해 철병거 900대로 스무 해 동안이나 이스라엘을 억압하고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구원을 청하는 이스라엘 백성의 목소리를 기다리셨다가 그들이 청할 때는 판관들을 통해 압제에서 해방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여성이 판관이었기에 협력자가 필요했습니다. 아무래도 전쟁의 장수는 남성이어야 할 필요가 있었나 봅니다. 하느님은 드보라를 바락이라는 사람과 협력하게 하셨습니다. 바락은 군대를 통솔할 장수였지만 드보라에게 이렇게 말합니다.“당신께서 함께 가시면 저도 가겠지만, 함께 가지 않으시면 저도 가지 않겠습니다.”하느님과 함께 하는 드보라가 없다면 자신의 힘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던 것입니다. 드보라는 직접 싸우지는 않아도 바락과 함께 합니다. 그리고 승리의 주인공은 바락이 아니라 또 다른 여성이 될 것이라 예언합니다. 바락은 사실 드보라와 함께한다면 영예가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아도 상관없어하는 인물이었습니다.하느님께서는 시스라의 병거를 키손천으로 끌어내어 힘을 쓰지 못하게 하십니다. 철병거는 늪지대에서는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이는 홍해를 건널 적에 파라오의 철병거들을 홍해에 처넣으신 사건을 기억하게 합니다. 시스라는 병거에서 내려 도망쳐 자신들과 평화롭게 지내던 족속의 마을로 숨어듭니다. 그곳에 야엘이라는 여인이 있었는데 시스라를 숨겨주는 척하다가 그가 잠들었을 때 말뚝으로 머리를 뚫어 승리의 영예를 챙깁니다.아무리 전쟁에서 여성이 약하다고 하더라도 이 이야기에서는 드보라와 야엘, 두 여성이 주인공입니다. 바락과 그를 따르는 남성들은 이 두 여성의 영예를 위해 싸우는 병사들이 됩니다. 교회는 성모 마리아를 닮은 위대한 여성을 말할 때 드보라를 빼놓지 않습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64, 489항 참조).

성모님처럼 사령관이 되어 악의 세력을 무찌른 여인 ‘드보라’레지오 마리애는 드보라와 같이 하느님과 일치해 계신 성모 마리아를 모신 군대입니다. 이 군대가 참 힘을 발휘하려면 성모 마리아께서 위대한 여인이 되시기 위해 가지셨던 가장 큰 무기인 ‘믿음’을 가져야만 합니다. 만약 바락이 드보라의 말을 믿지 않았다면 바락 혼자서는 이스라엘을 가나안의 압제에서 해방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성모 마리아께서도 당신이 하시려는 악의 세력과의 전쟁에서 온전히 믿고 따라와 줄 바락과 같은 장수들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드보라와 같은 성모 마리아의 믿음을 통해 장수들에게서 하느님의 힘이 드러납니다.어렸을 때부터 숫자와는 담을 쌓고 지냈던 베스 트랜햄이란 여인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까지 아날로그 시계를 보는 법을 몰랐고, 고등학교도 남자친구 덕분으로 수학 과목 낙제를 간신히 면했으며, 어른이 되어서도 백분율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어찌어찌해서 공인회계사 시험을 보게 되었는데, 시험 2주 전에 세 아이 중 두 아이가 수두에 걸려 막바지 공부도 하기 어려웠습니다. 시험을 치른 그녀는 전 과목에 낙제점을 받았을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이때 그녀의 스승인 스켄더는 이렇게 말합니다.“당신이 시험에 떨어지면 당신의 대출금을 내가 다 갚아주겠습니다.”베스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전체 시험 응시자 13만6525명 중 1위로 회계사 시험을 통과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2등과 3등도 베스의 스승인 스켄더의 제자라는 것입니다. 스켄더 교수의 학생 중 역대 공인회계사 시험에서 전체 3위 안에 들어 메달을 획득한 사람이 무려 40명이 넘습니다.다른 교수들은 평생 한두 명 성취하게 만들기도 어려운 그 좋은 성적을 스켄더 교수는 어떻게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좋은 머리가 있는 학생들을 알아보아서 그 사람들을 잘 스카우트했기 때문일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 하버드대학 심리학자 로버트 로젠탈의 유명한 연구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로젠탈은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에서 모든 아이에게 문제 해결 능력, 어휘력, 추론 능력 등을 객관적으로 측정하여 상위 20%를 잠재적 영재로 분류하였습니다. 그로부터 1년 후 아이들의 IQ를 측정했더니 다른 아이들은 8%가 올랐지만, 영재로 분류된 아이들은 12%가 상승했습니다. 2년 후에는 IQ의 차이가 더 벌어졌습니다. 선생님들은 영재들이 나이가 들면서 그 능력이 더 나타나는 것이라 여겼습니다.그러나 로젠탈이 영재를 뽑은 것은 사실 ‘무작위’였습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20% 안에 드는 줄도 몰랐습니다. 선생님은 20% 아이들을 바라볼 때 영재가 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그 믿음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달된 것입니다. 아이들을 영재로 만든 것은 아이들의 능력보다 선생님의 ‘믿음’이었고, 그 믿음을 받아들인 아이들이 선생님의 믿음에 보답한 것입니다.스켄더 교수가 더 훌륭한 제자들을 많이 배출하였던 것은 제자들에 대한 그의 믿음이 남달랐기 때문입니다. 그는 모든 제자를 ‘원석’으로 보았습니다. 모두가 보석인데 다듬어지지 않아서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 믿음과 또한 그 믿음을 향한 제자들의 믿음이 결합하자 좋은 열매를 맺게 된 것입니다. 물론 스승이 믿어준다고 제자들이 다 믿는 것은 아닙니다. 가리옷 유다와 같이 끝까지 그럴 수는 없다고 열등감을 유지하려는 제자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자 대부분은 스승의 믿음에 응답하고 그 응답한 제자들은 좋은 열매를 맺게 됩니다.(참조: ‘기브앤테이크’, 애덤 그랜트, 생각연구소)

우리 군대는 성모님의 믿음으로 세상 이길 힘을 얻어하느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보내시어 나자렛의 마리아라 하는 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습니다. 천사는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루카 1,37)라고 말하며 마리아에게 하느님의 믿음을 전달합니다. 마리아는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고 응답하며 믿음을 받아들여 하느님의 어머니가 됩니다. 이 성모님의 믿음을 성모님께서 교회의 어머니이시기에 “교회의 믿음”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우리가 모두 죄인이라도 하느님은 교회의 믿음을 보시어 우리 청원을 들어주십니다.교회가 성모 마리아와 함께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빵과 포도주를 주님의 살과 피로 변화시킬 용기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성모 마리아의 군인들로서 그분이 믿어주심을 알고 우리가 행할 일을 행합니다. 그리고 주님의 은총으로 승리합니다. 주저하지 맙시다. 그때마다 성모님께서는 이런 말로써 우리에게 용기를 주십니다.“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3,5)성모님을 사령관으로 모시는 우리 군대는 그분의 믿음으로 세상을 이길 힘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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