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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6_011804.jpg고백하건대 저는 아직 우리가 매일 기도를 드릴 때 마다 읊조리는 영원한 삶이란게 뭔지 잘 와닿지 않는답니다. 그게 분명 좋은 것인 것 같지만, 그렇다 해도 뭔가 하느님께 어떤 대가를 바라면서 현재의 내 삶을 희생한다고 하는 듯 한 가식이 느껴져서 영 탐탁지 않은 느낌이 들곤 합니다. 꼭 어릴적 용돈을 받기 위해 부모님 심부름을 하던 일 같아서 말입니다.

 

하여튼 우리는 영원한 삶을 위해서는 반드시 한번은 죽음이란 과정을 거쳐야 하겠지요. 나이가 들수록 죽음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점점 더 많이 하게 됩니다. 젊은 시절엔 사고나 병으로 죽는 사람은 늘 9시 뉴스속의 누군가였지만 점점 그 죽음이 TV속에서 제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걸 매일 느낍니다. 막상 그 주인공이 저라고 생각하는 순간은 참 두렵습니다.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큰 소리치는 사람은 필연 거짓말쟁이라고 단정했습니다.

 

어느 날, 그런 죽음앞에 초연하셨던 분들이 있다는 사실을 이제사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어떤 특정한 신분의 사람들도 아니고, 남녀노소도 가리지도 않았고 말입니다. 바로 제가 중고시절 기계적으로 배웠고 시험범위에 들면 가장 까다로웠던 국사 하권 조선 후기에 관한 내용중 겨우 3~4줄 기술되어 있었던 신유,신해,병인,기해 박해에 관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인지하게 된 건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서해안에 석양이 질 무렵, 걷는 성곽길이 너무 아름답다는 소문을 듣고 무작정 찾아 갔던 해미읍성에서 그런 낭만적인 생각과 반대로 저를 충격에 빠트렸던 성곽내부에 전시되어 있던 그 당시 박해의 흔적들, 그리고 그런 흔적들이 그곳에서만의 특별한 것이 아니라 전국에 또 다른 무수한 해미읍성들이 산재되어 있다는 걸 저는 미처 몰랐습니다. 서울 갈적마다 양재IC에서 내려오면 무심결에 보이던 절두산이라는 무시무시한 산이름이 그 시절 순교자들의 목을 너무 많이 잘라서 생겨난 지명이란 것도 몰랐습니다. 모르는 것이 죄라는 생각을 그때 처음 했답니다. 그때 제가 받았던 충격이 제가 감히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자 청하게 된 계기였답니다. 대학시절 어줍잖은 유물론적 시각의 경제사를 아는척하며 종교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던 제 관념에 적잖은 충격이였고, 저렇게 많이 돌아가신 분들과 똑 같은 신앙을 나역시 가지겠다고 다짐했지요.

 

하늘로 가는 나그네는 우리가 국사책에서 3, 4줄에 서술된 내용을 두권으로 더 자세히 서술한 책입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다 담아내기엔 그 두권이 분량도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카톨릭에 입문할 때의 마음이 생각나 부끄러웠고, 너무 많이 휼륭한 선배 신자들의 뒤를 잇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읽는 내내 잠깐 사이 미사를 한 백번 지낸듯 한 느낌이였습니다.

 

예수님이 뿌려주신 그 신앙의 씨앗이 이 대륙의 끝인 반도에 오기까지 무려 이천년이 걸렸다고 생각하니 하느님께서 하시고자 하시는 일을 어찌 감히 인간이 알 수 있겠냐는 경의로움이 들었습니다. 보지 않고 믿는자는 행복하다는 그 말씀을 저는 이렇게나마 이해를 했답니다.

 
아무리 휼륭하다고 평가받는 사람의 죽음에 대해서는 조금이라도 허무한 부분이 있다고 하는데, 죽음을 접한 그 누구도 조금도 허무하고 아쉽다고 생각하지 않는 죽음이 바로 순교자들의 죽음이란 걸 알것 같습니다.
웬지 그 흔한 죽음의 허무함과 반대에 있는 뭔가가 바로 우리가 계속 바란다고 기도하는 영원한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번 순교자 성월에 신부님의 권유로 읽은 하늘로 가는 나그네는 훗날 저에게 영원한 삶에 대한 의문의 해답을 찾는 시초였다고 생각되어 질 듯 합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김대건 안드레아신부님 탄신 200주년 순교자성월 마지막날에
토마스 유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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