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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5 09:04

[강론] 연중 제26주일 -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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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6주일 (나해) 강론 – “활짝 열어라!”
 

주임신부   2021. 9. 26,  범일성당


 

얼마 전, 어느 신부님께서 “활짝 열어라”라는 제목으로 쓰신 글을 제가 접했는데, 그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해 드립니다. - <“성문을 활짝 열어라. 마음 바른 겨레를 들어오게 하여라.”(공동번역, 이사 26,2). 성문은 지키고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한편, 성문은 단절과 불통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한, 열려있는 성문은 하나의 통로로서 소통과 받아들임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성문은 막힘 또는 열림을 통해, 안전보장 또는 소통의 고리가 됩니다. 

  코로나 사태 때문에, 세상과 우리는 모두 움츠러들고 있습니다. 우선 나 자신부터 안전한 장소를 찾게 됩니다. 모두가 방역지침에 열성인 가운데, 이런 위기 상황에서 누가 가장 어려움을 겪는가에 대한 고민은 문을 굳게 닫은 채 묻혀버리고 맙니다.  코로나가 위협한 것은 사람들의 생명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당면한 모든 문제를 돌려놓아 전체적인 멈춤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제, 가족을 잃은 사연도, 부당한 대우를 감내해야 하는 노동의 문제도, 그리고 더욱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와 사랑의 문제도 코로나 앞에서 순위가 밀려버렸습니다. 

  그 와중에, 교회의 문, 그 성문은 굳게 닫힌 채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교회 안에 숨죽여 사는 우리도 갇힌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미사 참석 허용 인원을 따지며, 자리보전에만 치중했습니다. 이제 어떤 방식으로든, 그 성문이 조금씩 열리길 바랍니다. 생명과 우애가 드나들고 사랑이 드나들어, 사람 살 것 같은 세상을 우리 교회가 먼저 준비했으면 좋겠습니다. 불안을 넘어서, 더 큰 사랑으로 세상에 문을 열어 모두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자애를 널리 드러내기를 바랍니다.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역시 우리에게는 마음이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이제, 그 문이 열려서 마음 바른 이들이 드나들 수 있기를, 그럼으로써 보지 못했던 것, 돌보지 못했던 것들을 잘 보고 돌보기를 바랍니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저로서는 특히, “사람 살 것 같은 세상을 우리 교회가 먼저 준비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그 신부님의 글이 눈에 띄였고, 제가 저의 자리에서 무엇을 먼저 준비할 수 있는지, 또 준비해야만 하는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더불어 바라건데, 교회의 일원인 우리 각자도 ‘먼저 준비함’에 대해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요한이 예수님께 이렇게 말합니다. - “스승님, 어떤 사람이 스승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는 것을 저희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가 저희를 따르는 사람이 아니므로, 저희는 그가 그런 일을 못 하게 막아 보려고 하였습니다.”(마르 9,38) 이 내용에서, 자세히 보면, 요한은 ‘저희’라는 표현을 세 번이나 사용합니다. ‘저희’가 그를 보았고, 그는 ‘저희’를 따르는 사람이 아니고, ‘저희’는 그를 막으려 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하여, 예수님께서는 요한이 제자로서의 본분을 잃은 자세를, 그 옹졸한 마음을 지적하셨고, 그 사람을 “막지 마라.”(마르 9,39)고 하셨습니다. ‘나는 해도 되지만, 너는 안 된다’라는 ‘내로남불’같은 생각을 주님께서 나무라신 셈입니다. 


 

이제, 우리가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겠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우리들 자신’을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 예수님을 따르는 자입니다. 교회의 유일한 목자는 예수님이시고 우리는 그분의 양떼일 뿐입니다. 교회 공동체에서 ‘우리’가 주님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 집단 이기주의에 빠지게 됩니다. 마치, 성문을 굳게 닫아 걸고서 성문 안에서 우리들만의 안전을 추구하는 모습과도 같겠습니다. 그러나 실상, 교회는 독점되어서도, 배타적이어서도 안 됩니다. 교회는 ‘우리’를 위한 공동체가 아니라, 예수님을 위한 공동체임을 기억했으면 좋겠고, 예수님의 정신이 우리를 통해 이 세상에 구현되길, 또한 이를 위해서 미리 준비하는 우리 삶이되길 바래봅니다.


 

이 강론을, 이사야서 26,2에 나오는 “성문을 활짝 열어라!”라는 멋진 말씀으로 마무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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