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 물 한 잔

가톨릭부산 2021.09.23 10:08 조회 수 : 32

호수 2670호 2021.09.26 
글쓴이 강지원 신부 

마실 물 한 잔

 
강지원 신부 / 연산성당 주임


 
   “너희에게 마실 물 한 잔이라도 주는 이는, 자기가 받을 상을 결코 잃지 않을 것이다.”(마르 9,41)
 
   건네는 이에게는 별것 아닐 수도 있는 물 한 잔이 정녕 목말라 죽어가는 어떤 이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절실한 생명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연민과 사랑의 진심(眞心)이 담긴 한마디의 말과 작은 몸짓 하나가 절박한 누군가를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하는 기적의 힘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행(行)해야 하는 것입니다. ‘물 한 잔을 줘야 될 텐데’ 하는 생각만 할 것이 아니라, 물 한 잔을 손에 쥐고서 팔을 뻗어 건네줘야 하는 것입니다. ‘도와줘야 하는데’ 하고 마음속으로 생각만 하지 마시고 어떤 방식으로든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책을 읽어서 살 빼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해서 그 순간부터 불어난 몸무게가 저절로 줄어들지 않듯이, 머리로 알고 있고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행동으로 옮겨서 실천할 때 비로소 그에 맞는 합당한 결과가 얻어지는 법입니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하느님의 뜻에 맞고 주님의 가르침에서 기인한 선하고 옳은 일이라면 주저 없이 망설이지 말고 행동으로 옮기고 실천해야 합니다. “주님의 말씀을 실행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말씀을 듣기만 하여 자신을 속이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야고 1,22 참조)
 
   일반적으로 유혹이라 하면 주님 뜻에 어긋나는 나쁜 짓을 하도록 악마가 우리의 마음을 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반드시 해야 할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지 않아도 된다는 소극적인 생각들과 사랑 실천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기 합리화가 어찌 보면 성숙한 신앙인으로 성장하지 못하게 하는 악마의 가장 간교한 유혹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큰 죄 짓지 않고 무난하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으니 이 정도면 좋은 신앙인 아닌가 하는 나태하고 안일한 마음이 스스로가 판 가장 큰 함정일 수 있습니다.
 
   나쁜 행위를 하지 않은 것에 만족하지 마시고, 마땅히 해야 할 사랑 실천과 선한 행위를 하지 않은 것을 더 미안해하고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우리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주님의 제자라면 이제부터라도 소극적인 신앙에서 적극적인 신앙으로, 수동적인 신앙에서 능동적인 신앙으로, 기복적이고 이기적인 신앙에서 이타적인 신앙으로, 이론에서 실천 행으로 변해 가야 할 것입니다.
호수 제목 글쓴이
2677호 2021. 11. 14  종말과 준비된 삶 file 이강우 신부 
2676호 2021. 11. 7  다른 이들보다 더 하는 삶, 믿음을 더하는 삶을 위하여 file 장용진 신부 
2675호 2021. 10. 31  너는 하느님의 나라에서 멀리 있지 않다 file 김태환 신부 
2674호 2021. 10. 24  정보혁명과 전교 주일 file 송현 신부 
2673호 2021.10.17  욕망과 자유 file 조영만 신부 
2672호 2021.10.10  환희의 신비 1단, 마리아께서 예수님을 잉태하심을 묵상합시다. file 송제호 신부 
2671호 2021.10.03  문자로 기록된 규정과 보이지 않는 근본 정신 file 한윤식 신부 
2670호 2021.09.26  마실 물 한 잔 file 강지원 신부 
2669호 2021.09.19  신앙이 다시 불타오르기를 file 김형길 신부 
2668호 2021.09.12  “내 뒤에 서서 나를 따르라.” file 장민호 신부 
2667호 2021.09.05  에파타 file 김동환 신부 
2666호 2021.08.29  깨끗함과 더러움 file 전열 신부 
2665호 2021.08.22  영은 생명을 준다 file 원정학 신부 
2664호 2021.08.15  ‘육신의 부활’과 ‘영원한 삶’이라는 희망이 성모님에게서 구체적으로 드러남. file 신기현 신부 
2663호 2021.08.08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 file 장훈철 신부 
2662호 2021.08.01  함께 만들어가는 생명의 빵 file 고원일 신부 
2661호 2021.07.25  감사하는 마음에 상처가 나더라도… file 박갑조 신부 
2660호 2021.07.18  “좀 쉬어라.” file 노우재 신부 
2659호 2021.07.11  ‘회개하라고 선포하여라.’ file 최재현 신부 
2658호 2021.07.04  목수의 아들이 아닌가? file 최요섭 신부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