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위일체 하느님을 잘 표현한 이콘 성화를 통해 삼위일체 하느님에 대해서 배워봅시다.
삼위일체 이콘
여러분은 이 그림에서 누가 성부이시고, 누가 성자이시고, 누가 성령이신지 말할 수 있나요? 이 그림은 단순한 감상을 위한 그림이 아니라, '읽어내야 할' 그림이라 할만큼 상징이 가득한 그림입니다. 한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세 분은 언뜻 보면 모두 비슷하게 생기셨고, 구별하기가 어렵습니다. 세 분 모두 신성 (divinity)을 상징하는 파란색이 의상에 들어있고, 마찬가지로 신성을 상징하는 후광이 머리에 있고, 금빛 왕좌에 앉아계십니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세 분은 각각 구별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제일 왼쪽 분은 성부이십니다. 세 분중에 이 분만 똑바로 앉아 계시고 다른 두 분은 이 분을 향해서 기울어 앉아계십니다. 성부의 몸은 옷으로 거의 덮여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창조주 성부를 똑바로 바라볼 수 없고, 창조물의 아름다움과 지혜를 통해서 성부를 볼 수 있기를 희망할 뿐입니다.
성부의 옷은 왕권을 상징하는 금색과 생명을 상징하는 초록빛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다른 두 분과 달리 성부는 양 손으로 다스림을 상징하는 지팡이를 두 손으로 굳게 잡고 땅을 향하고 있습니다. 온 세상의 하늘과 땅의 권력이 성부에게 속해있다는 것입니다.
성부 뒤편에는 집이 살며시 보입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내 아버지의 집에는 거처할 곳이 많다." (요한 14: 2)와 같이, 하늘나라의 주인이신 성부를 상징하는 것입니다.
가운데 앉아계신 분은 성자이십니다. 성자는 적갈색 옷을 입고 계십니다. 붉은 색은 성자께서 우리의 구원을 위해 흘리신 피와 희생을 상징할 뿐더러, 갈색은 지상에 내려오신 성자의 인간성 (humanity)을 상징합니다. 성자께서는 신성 (divinity)과 인성 (humanity)을 모두 가지고 계신 분이십니다. 성자 어깨에 있는 금빛 줄은 대사제이자 왕이신 성자를 상징합니다. 성자께서 두르고 계신 푸른색 도포는 하느님에게서 나신 하느님, 제자들에게 보여주신 (주님의 거룩하신 변모와 부활 후) 하늘나라에서 받고 계시는 영광을 상징합니다.
성자의 뒤편에는 나무가 보입니다. 이 나무는 에덴동산에 있는 생명나무 (창세 3: 24)를 상징하기도 하고, 예수님께서 못박히신 십자가 나무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성자께서는 십자가를 통해, 죽음의 나무 (아담과 하와는 나무의 열매를 따먹음으로써 인류에 죽음을 가져왔습니다)를 생명의 나무로 변화시키셨습니다.
우측에 보이는 분은 성령이십니다. 성자의 오른 팔과 성령의 왼팔은 자유롭습니다. 성자와 성령은 모두 성부의 두 손이신 것입니다.
성령의 옷은 파란 색이 두드러지게 드러나있습니다. 성령의 활발한 활동이 우리에게 드러나고 있음을 상징합니다. 성령께서 두르고 있는 초록색 도포는 생명을 상징합니다. 성령께서는 우리가 세례를 받으면,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성령의 뒤편에는 산 또는 바위가 있습니다. 산은 구약에서부터 인류가 하느님을 만나러 올라가는 장소였습니다. 모세도 시나이 산에서 십계명을 받았고, 예수님도 산 위에서 산상설교를 하셨습니다. 성령은 우리가 하느님을 만나도록 도와주시는 분이십니다. 성령은 또, 여러가지 은총을 내려주심으로써 우리의 믿음이 바위처럼 단단해지도록 하십니다.
그 밖에, 그림의 전체 구도를 보면 성혈을 담는 잔 (성작이라고 하지요)에 성자가 폭 담겨계시고, 가운데에는 성자의 몸인 성체가 들어있습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은 성자의 희생으로 우리를 삼위일체 하느님이 나누시는 사랑에 초대하시는 것입니다. 또 세 분이 앉아계신 탁자는 제대를 표현하고 있는데, 제대 앞의 네모난 상자는 성당 제대에 모셔진 순교자들의 유해를 상징합니다. 유럽이나 아메리카쪽 성당에 가면, 제대에 순교자들의 유해가 모셔진 경우가 많은데, 그 전통을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순교자들은 삼위일체 하느님에 대한 사랑으로 스스로의 목숨을 아깝게 여기지 않고, 일생을 바쳐 삼위일체 하느님을 증거하셨습니다. 우리 역시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고, 순교자들을 본받아서, 일상에서 신앙생활을 증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복음을 선포하며 살아야겠습니다.
